꿈과 환상 머무는 필리핀 세부
고 26회 이 정 애
- 아이들과의 전쟁 -
9월 11일부터 4박6일 동안 우리 가족 어른 아이 열세 명이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
첫날은 호텔 리조트 워터파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둘째 날은 젊은 부부들 출정이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아이들 다섯은 어른들 차지이다.
2살부터 7살까지! 아들 손주들은 제법 커서 사돈께서 보기로 하고
외손자는 나하고 왕할머니하고 돌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아침 식사시간이 되어
다섯 명을 데리고 사돈 내외, 왕할머니랑 모두 식당엘 갔다.
식당은 넓었지만 피크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이다.
인원수에 따라 정해주는 식탁에 아이들을 둘러 앉혀놓고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아이들은 인파속으로 돌아다니면서 막내는 울고 불고~!
아이들 케어가 극에 달했다. 결국은 수저도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키즈카페로 데리고 갔다.
다행이 공간이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잘 놀아주어 한시름 휴! 장난감은 다 부서지고
엉망이었지만 아이들 손에 남아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게다. 위생관리 역시!
어쨌거나 잠시 숨을 돌리고 막내까지 누나들 하고 신나게 뛰어 노니 안심안심!
왕할머니한테 잠든 막내를 맡기고 아이 셋을 데리고 전쟁터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을 물 한 모금 겨우 먹었으니 배에서 꼬르륵. 점심은 성공해볼까?
우아하게 차려진 테이블에서 여유있게 먹어볼까?
세 살, 다섯 살, 일곱 살이 말귀는 알아들은 테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손을 잡고 식당에 들어서니 한가롭다. 다행이다.
아침에는 뷔페, 점심에는 양식, 저녁은 한, 중, 양 짬뽕이기도 하고
음식을 대체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얘들아! 우리 점심은 예쁘게 먹어볼까?
응!
다독이면서 냅킨을 깔아주고 접시를 돌려 먹고 싶은 것 찾아오자며 설명해 주었다.
바닷가라 해산물도 많고 점심에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있었다.
한 토막씩 담아주고 샐러드와 함께 먹였다.
식사예절을 말해주면서 고기를 잘라 주었더니
어찌나 잘 먹는지 아이들도 배가 고팠나 보다.
세 녀석들이 새 모이 받아먹듯
“할머니 맛있어요!” 하면서 속이 붉은 고기를 냉큼냉큼 받아먹는다.
리필, 리필, 고기로 배를 채웠다.
입에서 살살 녹을 만큼 연하고 맛이 있었다.
아침에 못 먹은 것을 충분히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각종 열대과일과 주스를 먹고 쌀국수까지 냠냠 호루룩!
야, 인제 천국이네. 아이들 손을 잡고 뭐였더라?,
그래! 사운드 오브 주인공인양 유쾌 상쾌하게 식당을 나와
기다리고 계신 엄마와 교대를 해야지!
룰루랄라 키즈카페로 향했다.
저녁에는 팥과일빙수를 사들고 잔디밭에 우아하게 만들어진
칼라벤치에 앉아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 내일 아이스크림 또 먹어요.
오늘처럼 행복하게 먹어요.
그래, 그래, 내일도 행복하게 먹자꾸나.
아,
시원한 밤공기가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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