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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필] "상록은 자랑입니다!"
이름: 동순이


등록일: 2016-03-23 23:48
조회수: 2779 / 추천수: 1390


상록은 자랑입니다

                        - 상록학교 개교 40주년을 축하하며
                        - 이 필 (상록 중6회 졸업생)
                        - 제 11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 (2002년)

그 때는 그랬습니다
중랑천 따라 걸으면 걸음마다
빈 도시락처럼 달그락 달그락 소리 났습니다
자꾸만 골이 깊어져도 제 발자국인 줄 모르고
같은 자리만 맴돌았습니다


1980년! 하고 말하면 아직도 허기집니다
그 때는 다들 그랬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으니까


이문동에 등불 하나 걸리기 전까진
이문동에 푸른 나무 한 그루 심기 전까진
그 때까지는 그랬습니다

  
막다른 골목마다 길 잃고 맴돌던 그 바람이 떠오르면
아직도 코가 맵습니다
헌 책상 함께 쓰며 식구처럼 밥 나눠 먹던 얼굴들이
다시 보고 싶습니다
딸랑딸랑 철길 건널목 건너면
이 빠진 풍금 소리도 베고 졸던
우리들의 콩나물 음악 시간이 떠오릅니다
수학여행. 상록의 밤. 형설배 체육대회
함께 땀 흘리던 얼굴들
알록달록한 김밥 도시락처럼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아주 까마득한 시절로부터
자그마치 40년을 지나 왔습니다
그 때 이문동에 내걸린 등불 하나가 들불처럼 번지고
그 때 이문동에 심은 푸른 나무 한 그루가
기어이 저 혼자 붉은 흙을 움켜쥐고 일어서서
숲이 되고, 마침내 산이 되어 우뚝 섰습니다


끊임없이 그렇게 이어져 왔습니다
자리가 비면 다시 채우고 발길이 끊어지면 다시 이으며
40년!
그런데도 여기 이문동은 아직 끝이 날 기미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기 상록은 아직 빈 교실이 없고, 빈 자리가 없습니다.
상록인이란 이름 이어받은 임들이 또다시 자리를 메웠습니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빼곡하게 모여 이제껏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들도 예전처럼 닫힌 문을 스스로 걷어차고
그들도 예전처럼 스스로 세상이 되겠다며 매일매일 다짐합니다
상록은 이제 그 분들의 이름으로 채워질 것이고
상록은 이제 그 분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처음에 캄캄한 이문동에 등불 하나 내걸어야겠다고 소리치던 이가
이제 스스로 등불이 되어서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것이 상록의 힘입니다

  
길 끊긴 자리에서 길 잇던 수많은 사람의 이름들
그것이 상록의 뿌리입니다


아직도 때마다 다시 이문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들이
바로 상록의 역사입니다

  
희망이 시든 자리에서 희망을 되살리던 사람들, 사람들
이문동! 하면 아직도 눈물 난다며, 잊지 않겠다 합니다
그것이 바로 상록의 자랑입니다
  

상록 개교 40주년!
오늘은 우리가 우리에게 상 주는 날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우리에게 축배를 드는 날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우리에게 자랑하는 날입니다


상록은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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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순이   2016-03-23 23:49:41
<우리들의 최 선생님>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

그 말씀에 또 제가 넘어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축시는 제 능력 밖입니다.
이 글은 나중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서 떼굴떼굴 구를 겁니다.
분명히 그럴 겁니다.

요즘 정말 바쁜데 마눌 눈치 보며
열심히 썼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시고
오늘 자리 함께하지 못하는 거
용서해 주십시오.

- 이필 올림
고릴라   2016-03-24 08:49:47
동철샘 감사드립니다.
이필 선배님 고맙구요.

최 선생님한테 이 소중한 글을 받고 차기 교지에 넣으려고
올리지 않고 보관 중이었습니다.

좋은 글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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