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9회 김장주 선배님
지난 2010년 10월 31일 상록야학 이사를 마치고 야학의 발전과 무사태평 축원제인 고사를 올렸다.
이날 모인 80여 명의 상록가족들 중엔 졸업동문들도 많이 있었다.
그 중에 특별한 손님이 있으셨으니 바로 중학교 9회 선배님들이다.
동문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이사를 하는 상록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성금을 준비해 오신 것이었다.
동기인 차동인 졸업선배님이 상록홈페이지에 이사 소식을 올리면서 계획되었다.
이 날 좀 늦게 도착한 김장주 선배님을 비롯해 허종윤, 이정규, 최애경 님들이 허름한 야학, 옛날 공부하던 아늑한 교실은 아니었지만 새로 이사한 학교를 보고 감회에 젖었다.
이사를 준비한 총무부에서 이 동문들의 방문에 감사하며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모신가운데 외대역 앞 ‘하늘사랑’에서 식사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뜻 깊은 동문의 동참에 감격한 교감선생님의 제안으로 교지 푸른그루에서 김장주 선배님을 전화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아 기자는 몇 번 시도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정한 목소리 반갑게 맞아주는 전화에 안도 되었고, 그 목소리도 친절하였다.
김장주 선배님은 부인과 한 명의 자녀를 두고 알콩달콩 생활하신단다.
선배님이 하시는 일은 도배란다.
일이 힘드실 텐데도 어려운 이웃과 아래를 내려 볼 줄 아시는 고운 마음을 지니셨던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선배님의 모습이 전화 목소리에 밝게 실려 기자마저 행복했다.
김장주 선배님이 우리 상록학교에 오셔서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당시 다니던 직장의 옆 동료가 일만하는 선배님이 안타깝게 생각했는지 공부를 하라고 상록야학을 소개해주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마지못해 시작했으나 점차 알아갈수록 배우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고 한다.
동료의 소개로 시작했지만 내면에 솟구치는 학구열이 기름이 되어 타올랐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특히 최대천 선생님께서 형과 같이, 아버지같이 친절하게 지도하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려주셔서 스스로 마음을 다지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선배님의 학력신장뿐만 아니라 상록에서 지금까지 만나는 동문이자 친구가 된 죽마고우(竹馬故友)를 사귀게 되었고 지금도 그 동창들과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선배님이 학교 다닐 당시는 20대였지만, 나이 많은 지금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예나 지금이나 공부를 이해 못해 고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특히 일을 하다 보니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해 따라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한 달에 1회 정도 동문들을 만나는데, 현재는 졸업 한 수십 명 중에 6~7명이 자주 볼 수 있단다.
더불어 만나면 그대그때 살아가는 이야기로 정담을 나누며 떠들다 보면 하루 모임이 늦게 이어진다.
이번에도 이렇게 만나 상록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담소하다 모교에 마음을 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역시 최대천 교감선생님이라고 껄껄 웃는다.
역시 최대천 교감선생님은 모두에게 많은 꿈과 사랑을 주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좀 아쉬운 것은 지금 얼른 생각해서 기억나는 선후배가 적다는 것이다.
역시 우리 야학에서 선후배 간의 유대감은 좀 소원하지 않나 생각 들었다.
교장선생님에 대해 묻자, 당시에도 교장선생님은 상당히 어려운 분으로 느꼈다고 하면서 후배들에게 한마디 잊지를 않으신다.
“지금의 공부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빠지지 말고 노력해서 꼭 졸업을 해야 합니다. 한번 중간에 쉬게 되면 좀처럼 다시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처음만난 학우들과 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이겨내고 졸업 후에 동문 모임도 만들어 서로 의지해 지내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의 환경을 발판으로 삼아 최선을 다하십시오!”
김장주 선배님의 삶은 이렇게 열정으로 공부하여 가정을 일으키고, 졸업동문들과 친척처럼 지내고 있었다.
선배님의 삶이 바로 상록이 지향하는 삶일 것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사람살이가 아닐까 기자는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겸손한 마음으로 떨린다고 하시면서도 끝까지 정성껏 대답해주신 선배님 건강하게 지내시고요,
다음에 또 방문 하셔서 만나길 바랍니다.
<글 : 송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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