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회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으세요?
고15 졸업 홍 자 경
내 인생에서 삶을 돌아보게 만든 2편의 영화와 성경 속 히스기야왕의 이야기가 있다.
수잔 헤이워드라는 아름다운 여배우가 인상적인 “나는 살고 싶다”라고 하는 1950~60년대 미국 영화와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스티브 맥퀸 주연의 “빠삐용”이다.
이 두 영화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전과자 출신이라는 것, 누명을 쓰고 죄수의 몸이 되었다는 것, 두 편의 영화 모두 실화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 영화의 결말은 너무나 판이하다.
한 사람은 사형수로서 가스실에서 짧은 생을 마무리하고, 다른 한 사람 빠삐용(나비)은 이름이 갖는 의미(프시케, 자유로운 영혼)처럼 억누를 수 없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통하여 나머지 삶은 자유인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똑같이 누명을 썼음에도 한 사람은 죽음의 길로, 다른 한 사람은 자유의 길로 갈라서게 된 것이다.
무엇이 이런 결말의 차이를 만들었는지 영화를 돌아보며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두 사람이 모두 누명을 썼다는 것을 밝히며 시작한다.
먼저 “나는 살고 싶다”를 돌아본다.
영화 속 인물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수잔 헤이워드는 거리에서 몸을 파는 것을 업으로 자신과 아이의 생계를 이어가는 이혼녀이며 두 번의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사는 거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그녀는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날 헤어진 전 남편과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살인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증언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되고 그녀는 경찰의 함정 수사에 걸려들어 실수로 거짓 자백을 하게 되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다.
미국의 사법부는 배심원 제도를 취하여 죄의 유무는 배심원들이 판단하고 유죄로 인정될 경우 판사가 그 죄질에 따라서 형량을 정한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배심원들은 유, 무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무죄를 확신한 변호인단은 그녀를 증언대에 세워 자신의 무죄를 적극 주장하게 하고, 배심원들도 그녀가 어쩌면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심증을 굳혀갈 때, 검사가 나서며 반대 심문을 하게 된다.
검사가 그녀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를 하셨는데 정말 진실만을 말하겠습니까?」
「네」
「당신은 전과 기록이 있던데 무슨 죄를 범하였습니까?」
약간 망설이는 듯 하지만 곧 대답한다.
「윤락행위입니다」
「당신은 두 번의 전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한 가지 죄는 무엇입니까?」
「.......」
「 대답해 주십시오. 무엇입니까?」
계속 침묵하는 그녀에게 판사가 재촉한다.
「...........」
「증인은 검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십시오.」
고개를 숙이며 할 수 없다는 듯이 아주 작은 소리로 그녀는 대답한다.
「위증죄요.」
그것으로 재판은 판가름이 난다.
위증의 전과는 그녀의 어떤 말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곧이어 배심원들은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며 그녀를 유죄라 인정하였고 판사는 사형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가스형이 결정되며 분명히 누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스실에서 32세의 젊은 나이에 어린 아이를 남기고 죽음을 맞게 된다.
자신은 억울하다고 느끼면서 더 살고 싶다고 외친다.
왜 삶이 거기에 이르렀는지 의식하지 못하면서.
다른 한 편의 영화 “빠삐용”을 살펴보자.
삐용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은 스티브 맥퀸의 탈출과정과 그 탈출에 대한 집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빠삐용”의 의미는 잠시 비추어진 한 장면에 있다.
빠삐용이 누명을 쓰고 자신이 수감생활을 해야 할 곳으로 가는 배 안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그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깨끗한 옷차림을 한 빠삐용이 가방을 하나 들고 사막과 같은 곳을 걸어가고 있는데 오직 모래뿐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모래 위를 걸어가고 잠시 후 한 쪽에 모래 언덕이 보이는데 무엇인가 있는 듯이 보인다.
그 언덕을 향해 점차 다가가자 형체가 보이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재판부이다.
재판부를 보자 빠삐용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금 자신이 얼마나 부당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에 대해 항의를 한다.
그때 재판부가 말한다.
「그래 너는 무죄다.」
그러자 빠삐용이 놀랍고 반가워서 질문한다.
「아니 제가 무죄인 것을 아신단 말입니까?」
재판부는 말한다.
「그렇다 그 죄(현재 빠삐용을 수인으로 만든 죄)에 대해서는 너는 무죄이다.
그러나 너는 더 큰 죄를 범하였다.」
「아니 그것이 무슨 죄 입니까?」
빠삐용이 반문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생을 낭비한 죄이다.」
빠삐용은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유죄입니다. 유죄, 유죄, 유죄!」
빠삐용은 11범의 전과자였던 것이다.
재판부 앞을 돌아서 걸어 나오며 빠삐용은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철저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빠삐용의 탈출은 시작된다.
그의 정신이 어두움을 벗어 버린 것처럼 육체의 구속도 벗어 버리려는 듯이. 그를 얽어매는 현재의 죄는 누명이기에.
마지막으로 성경 속 히스기야왕의 이야기이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의 고대 왕국인 남 유다에 히스기야라는 왕이 나온다.
그는 자신들의 신(神) 여호와 곧, 하나님의 법에 따라 그 백성을 다스리며 정의를 실현하였던 왕으로 기록된다.
신과 국가, 민족을 사랑하였던 그가 그 시대 위대한 선지자며 예언자였던 이사야에게서 신탁인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데 ‘곧 죽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당시의 주변 정세는 앗시리아라는 강대국에 의해서 그들과 같은 민족인 북쪽의 이스라엘은 이미 나라가 망한 상태였고, 남쪽의 유다도 멸망 직전에 앗시리아가 내분으로 인하여 잠시 군사를 거두어 돌아간 상태였기 때문에 국가의 존망이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자신의 목숨이 다 하였다는 말을 예언자로부터 듣게 되자 히스기야왕은 ‘지금 자신이 죽게 된다면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백성에게는 커다란 재앙이 닥쳐올 것이니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삶을 조금만 연장시켜 주십시오.’ 라며 자신의 하나님에게 기도하기 시작한다.
이에 하나님이 말씀을 전하게 하셨다.
”지난 시간 그가 선하게 살며 백성도 잘 다스려 왔던 것을 내가 기억하였고 그의 눈물의 기도도 들었다. 히스기야의 기도가 합당하다고 여겨져 그의 수명을 15년 연장시키기로 결정하였으며, 앗시리아도 유다를 넘볼 수 없을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히스기야에게 전하라”
이사야 선지자는 히스기야왕에게 이 하나님의 말씀을 알려 주면서 당시 히스기야가 어떤 악성 종기를 앓고 있었는데 그 종기를 치료할 약으로 무화과 잎이 좋다고 알려준다.
그 뒤 히스기야왕은 치유되었고 남쪽의 유다는 앗시리아가 바벨로니아에게 망한 뒤까지 살아남는다.
살아야할 상황에서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삶!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수 있었던 삶!
죽어야할 상황에서도 살 수 있었던 삶!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계십니까?
* 필자 홍자경 선배님은 의정부에 사시면서 한동안 문학반활동도 열심이셨고,
대학을 나와 고 15회 동문모임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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