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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린 참여와 상록 발전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1-07-02 09:53
조회수: 3014 / 추천수: 691



                      열린 참여와 상록 발전

창으로 새어들던 햇살이 기울고 어둠이 조금씩 교무실의 구석을 메우고 있다. 어둠인지 구름인지 무아(無我)속에 앉아 교지 퇴고작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서는 기척이 난다. 벌써 저녁이 되었는가 보다. 숙기 있는 학생들은 더러 교무실에 들려 아는 체를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먹을 것을 챙겨 와 놓고 가거나 교실로 직행하는 이들도 있다.

1. 일방적 교육에 수동적인 아주머니 학생들

상록학생들은 10대들이 아닌, 50대, 60대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분들은 우리 교사들을 보면 그저 아이들처럼 공손하게 인사를 하거나 다소곳하게 비켜간다. 다는 아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무슨 불만이 있을지라도 그저 속으로 삭일 뿐 교사 앞에서 할 얘기란 아예 한마디도 없어 보인다. 무료로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감사할 뿐이며 그 자체로 만족한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그저 무덤덤하거나 조금 안쓰러운 인사로 답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 실제 숨어있는 문제도 있다. 수십 년 간이나 배움의 언저리에서 갈등만을 숙명처럼 지니고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기존의 형식에 순응하며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마음에는 할 말이 차 있어도, 비록 뒷전에서 옆 사람과는 속내를 드러내본다 해도 감히 교사들에게는 떳떳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내세워 마음에 맞는 수업을 요구하지 못한다.

반면에 교사들도 어머니 같은 학생들이 아들 딸 같은 자신들을 받들어 주고 따르는 데에 익숙해 있으며, 성숙한 감각으로 수업에는 능통할지언정 연로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유형이 무엇인지는 처음부터 바로 파악하는 교사는 적다. 왜냐하면 거기에 대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나 데이터가 없어서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

연로한 분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함께 인식할 수업 방식에 서툴다. 세대차이라는 서로 허물 수 없는 예민한 경계가 자리하고 있어서 잘 운영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도 손발이 안 맞는 미묘함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Ⅱ. 과중한 공부와 가사노동, 그리고 많은 야학행사

내가 학생으로 배우던 시절인 80년대 말, 90년대 초만 해도 상록야학 학생층은 청소년이거나 나이 20이 막 지난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뒤늦게 시작한 공부도 공부려니와 버거운 노동의 하루에서 벗어난 밤 시간이나마 역할을 찾고 사회에 참여하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데 큰 보람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기 원했으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수업중이라도 민주화의 참뜻은 모르지만 책을 펼쳐 놓은 채 시위현장으로 뛰어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상록야학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의 많은 수는 50년대, 60년대, 또는 70년대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한 채 눈물의 생활 전선에서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 쳤던 분들이다. 화려한 경제개발의 뒤안길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적은 월급에 인격은 무시되고 살아왔던 늦깎이 학생들도 있다.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생채기 얼룩처럼 지니고 살아온 분들도 많다.

이들에게는 돌아볼 여지없이 오로지 한길 공부하는 일이다. 사회나 이웃의 문제보다는 늦어진 내 자신의 수업에 혼신을 다한다. 주부라는 위치는 사회 제반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보다는 가정을 우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이미 사회문화에 경험이 많으며, 고민거리를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물질만능과 이기주의 사회에서는 큰 관련 없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는 것까지 배웠다. 그래서 가정이나 개인의 학업 생활에 대부분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많은 양의 공부와 암기력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Ⅲ. 맡겨진 수업만도 빠듯한 교사들의 현실

그러면 야학의 교사들은 이분들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노력하고 있는가?

어느 야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고령의 학생이 대부분인 우리 야학도 사실 미래야학을 위한 별다른 대안은 서있지 않다. 굳이 찾아본다면 몇몇 교사들이 모이는 술자리 등을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에 목표를 두고 야학을 이끌어 갈까 고민하는 정도로 멈추고 있으며, 구체적인 답은 얻거나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못하다.

늘 하는 고민이기는 하지만, 절반이 직장인이거나 대학원생이고 소수가 대학생인 우리 교사들의 여건은 현재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다. 학생들을 리드해서 동아리를 만들고 시간을 내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준다거나 참여가 미미한 학생들을 판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고 본다.

지금 대학생 교사들은 과거와 달리 취직을 위해 더 많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하고 실력을 높여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직장인이라면 위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아래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시달리면서 겨우겨우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느라 여유가 없다. 수업 이외에 여유시간을 만들어 학생지도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결국 미래야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 대책을 연구하고 제시할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금 교사들은 그날그날 맡은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조차 버거워 한다.

Ⅳ. 미래 상록야학이 이어나갈 방향

그러나 현실이 그렇다고 마냥 그대로 그날그날 날짜만 보내고 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왕지사 야학에 몸을 던져 고민의 길을 선택했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 야학인의 한사람으로 변모를 꿈꾸며, 자신의 맡은 일 뿐만 아니라 야학이 나아가야할 진로의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입학하는 학생층의 평균 연령은 계속해서 올라(상록학교 연구부의 조사에 의하면 2008년 53세, 2009년 54세) 입학생 평균연령이 50중간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내고 거기에 맞는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요층이 누구이며, 관심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지금의 야학인력과 조직들을 유용하게 운영하는데 고민을 해야겠다.

우리 상록야학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구부의 활동이 활성화된 편이다. 과거 김현희 교무주임 시절 4년여 동안 학생층 변화를 매년 데이터화 하여 그것을 토대로 상록학교 행정에 방향성을 잡았다. 그 이후 잠시 머물러 있다가 최근에 다시 김수연 연구부장을 중심으로 데이터화되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의 환경과 수업성취도, 학교생활, 학생들의 관심사항 등을 객관화 하고 자료화 시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연구부의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부의 자료는 야학 운영에 잣대가 될 것이며, 유기적이고 신선한 사고(思考)와 연구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노력 등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야학의 미래 발전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여러 연구들이 각 개인의 머릿속에 있거나 개별적으로 자료화되어 보관될 뿐 전반적 내용을 하나의 유기적 조직 매뉴얼로 정리되고 있지는 못하다. 앞으로 하나의 매뉴얼로 조직을 하고 그때그대 보완하며 교사 모두가 구성원으로 그 내용을 숙지하고 언제든지 그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최근 고석인 선생님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 야학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환영할 일이다.

글둥지문학회 활동도 일각에서 어떤 평을 보내는지는 모르나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후원하며 교사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느 몇몇의 관심사에 치우친 글쓰기 친목모임으로만 치부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문학모임만이 아니라, 누구든 새로운 방향성을 지닌 커리큘럼이 있다면 시도하자고 권한다. 이렇게 해서 음악이든, 연극이든, 역사탐방이든 교사들의 시간과 관심항목에 참여자의 관심도를 반영한 새로운 활동을 강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때 황기연 선생님이 토요한문을 열고 졸업생, 일반인, 재학생 경계를 두지 않고 1~2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는 앞으로 검정고시 수요자가 정점에 이를 불과 몇 년 후에 상록이 찾아야할 대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할 커리큘럼을 찾아야한다.

Ⅴ. 변화하는 야학으로 지역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해야

한편 90년대 중반부터 진보적 미래를 기대하며 변화를 꿈꿨던 야학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체적 사회 참여를 지향하던 야학은 몇 남지 않고 그 수가 줄었다. 참여하려는 야학 교사들의 면모도 마찬가지다. 야학을 사회변화의 주체로 삼아 활동하던 교사들도 활동방향을 잃고 표류하듯 많이 줄었다. 몇몇 야학만이 남아서 학력신장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능력배양에 관심이 머무는 등 야학 활동이 그만큼 축소되었다.

80년대, 90년대 초 한창 번지던 노동야학이나 생활야학이 90년대 후반 쇠퇴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에 와서 검시야학조차 힘을 잃고 많은 야학이 문을 닫았고, 지금은 20여 개의 야학이 활동하고 있을 뿐 쇠퇴의 기로에 서 있다. 검정고시를 중심으로 지도하는 야학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셈이다. 생활야학을 표방하지만 결국은 학력신장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몇몇 야학을 볼 때 안타까운 현실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나날이 설 땅을 잃어 가는 현실에서 상록이 나아갈 기반이 축소되는 현재 야학의 미래는 매우 불안정 적이다. 전처럼 다시 생활야학과 검시야학, 노동야학 등 여러 유형의 야학이 제각기 장점과 특징을 갖고 사회요소요소에서 요원하게 일어나 활동해야 좋겠지만 이미 학생구성원부터 바뀌었고 교육수요도 줄어있다.

단지 지금의 야학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지표를 세우고 많은 야학인 들이 고민하고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야학이라면 마지막 한명의 수요자가 있더라도 그들을 위해 그 마지막까지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록야학도 단순히 학력상승의 기구로만 안존하지 말고 지역사회의 문화형성과 발전에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겠다. 그 역할을 교사들이 맡아서 활성화 시키고 그 안에서 그런 목표들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Ⅵ. 참여의식이 적은 상록야학의 현실

상록야학은 전인교육을 위한 수업을 담당하고 학생들의 검정고시합격에 전념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길을 찾자. 이젠 검시야학에서 그치지 말고 앞으로 새로운 학생층들을 발굴해서 참여하게 하고 사회에 더불어 사는 기구로 변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우리 야학도 “야학 21”이나 “지역야학연합회”, “검정고시 동문회” 등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문제들이 공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활동모습에서 보면 전혀 고민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야학에 대한 냉대와 무관심, 참여자의 연구나 참여의식의 부재, 조직원들 간의 비협조 등이 라고 생각된다.

우리 상록야학 재학생수는 다른 야학과 비교하여 많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태청이나 종로, 남부야학이나 신당야학 등과 비교한다면 우리 야학 학생들은 비교적 수업으로는 안정된 환경에서 공부하며, 교사나 학생들의 현실고민에 대한 긴장감은 적은 편이다.

즉 인원이 많은 상록의 학생들은 인원이 적은 타 야학의 학생들보다 덜 참여하고 소극적이다. 어떤 행사를 개최하고 참여를 부탁하면 교사의 입장을 헤아려 마지못해 하지만 서로 미루면서 적극적인 의욕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학급임원을 선출하려해도 서로 미루고 하지 않으려는 개인적이고 회피적인 모습은 마찬가지다. 현재 각 반 임원은 미루는 분위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돌아가면서 4개월씩 의무적으로 맡게 된다.

이것을 야학 교사들이 학생들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만 탓할 것인가? 참여하는 학생들의 소극적인 모습만 탓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 전체가 버릇처럼 드러내는 집단이기주의나 무관심이다.

이런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사람들을 좀 더 개인화시키고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들어 피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발생한다. 이 상황에서 아무리 몇몇 교사, 학생들이 그들의 공간을 사수하고 앞으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해도 그 결과는 보잘 것 없다.

Ⅷ. 야학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내용 필요

인제라도 남은 야학들끼리 이런 문제에 대하여 함께 모여 논의하여야 한다. 우리 상록야학 안에서 스스로 강구하기는 벅차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층들을 아쉬워하기보다 새로운 교육내용을 발굴하여야 한다. 이런 문제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야학 구성원들 끼리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구성원 전체가 모여 공유하고 협동해서 새로운 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연구부에서도 당장 현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래 상록의 나아갈 길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활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모두 인식을 하면서도 실제로 실천에 나서지 못하는 야학인 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각자 야학에서 느낀 고민들을 밖으로 이끌어내고 다각적인 회의를 통해 소중한 대책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충분히 연구 개발된 아이템이 있다면 함께 실천하고 더 많은 또 다른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 작은 조직과 인력이라도 적절히 운용하여 좀 더 폭넓게 시혜를 베풀 수 있어야 한다.

Ⅶ. 학생층의 확보와 새로운 아이템 구축

교사와 학생, 지역 야학들이 서로 고민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서 좀 더 숙고하여 앞으로 힘을 잃어가는 야학의 활동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상록야학과 더불어 모든 야학은 학력의 신장 차원을 넘는, 세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전인적인 교육의 장으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 제도권 교육의 손길에서 벗어난 틈새공간을 우리 야학이 떳떳이 담당하여 야학의 존재의미를 높여야 한다.

학생들은 공부만이 모두가 아니라, 문학, 사회, 음악 등 폭넓은 문화활동을 체험하고 지식과 생활의 지혜를 배양하여 또 다른 봉사의 주체로 키워야 한다. 또 다른 처지의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매개적 봉사의 주체가 필요하다.

또한 묵묵히 봉사하는 교사들의 교육자원을 현재 학생 몇몇에게만 베풀게 아니라 좀 더 폭넓게 많은 수요층을 만들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조직되어 움직여야 한다. 교사는 야학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야겠다.

상록의 조직과 활동능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역사회에 제공되어 발전에 기여하기를 빌어본다. 사라지는 야학이 아니라, 사랑받는 야학으로 일어서자.

                                                                                         <‘박용준의 야학 21 기고문’ 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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