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금요일 상록야학 고등학교 1학년 수업을 참관했다.
무려 3개월을 기다려 드디어 상록야학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감개가 무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한 마음으로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여름 폭우가 쏟아져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지만,
폭우를 뚫고 수업에 참석하시는 학생분들마다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첫시간은 국어 -
야학 1학년 강의고 참관수업이니 나는 부담없이
앉아 듣기만 하면 되겠거니 하고
듣고 있었는데
박용준 선생님의 강의를 듣다보니
선생님의 지식이 너무 해박하고 깊어
여기가 고등학교 교실인지
대학교 강의실인지 자꾸 혼자 되물어 봐야 했다.
혼자 강의를 들으며
여기 상록야학의 수업수준이 이렇다면
아무래도 가르치려는 꿈은
잠시 보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강의내용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애민정신 실용정신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한 첫 시간이었다.
500년전에는
놈 -> 나쁜 말이 아님!
2번째 수업시간은 김영애 선생님의 음악수업시간이었다.
수업내내 김영애 선생님께서
가슴으로 폭발해내 학생분들에게 전달해내는 에너지 파동
(에~네~르~기~파~~~~<<<< **** )를 가슴에 느껴가면서,
또 한편으론
중학교때, 그토록 골치 아파해하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리고 여전히 지금까지도 나에겐 미스테리 기호들로 남아 있는
그 기호들을 다시 대하니,
아련히 중학교 때 생각이 난다.
악기는 휘파람 뿐 다룰 수 있는게 없어서
여전히 난 모른다.
왜 똑같은 곡들을 복잡하게 조바꿈을 해서 부르려 하는지,
또 비(b라고는 안 읽는데 뭐더라..)는 뭐고
샵은 뭐고
스타카토 메조스타카토는 뭐고 이를 어떻게 표시하는지 아시는지?
첫째 시간부터 학생분들과 선생님께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시는데
나도 듣기는 인터넷에서 서핑하면서
mp3 불법다운로드까지 해가며
최신 유행음악들도 잘 듣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사가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
첫시간에는 도저히 생각도 나지 않고
버티기로 모면해
걱정을 덜었는데,
두번째 음악시간이 되고
음악선생님이 시키니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
한 번 피했다고 끝이 아닌가?
내가 아는 상식은 일사부재의인데
분위기가 계속 피하는 것은 허용될 분위기가 아니고,
뭔가는 부르기는 불러야 하는 데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잠깐 여유시간을 부탁드리고,,,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일찍이 학교에서 배워왔던
벳토벤의 성악곡을 부를 수 밖에는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대로
벳토벤이 작곡한 수준 높은 성악곡을 소화해내니
모든 학생분들을 비롯하여
음악선생님마저도 경이로운 존경의 눈빛을 보이지만,
학교에 다닐 때
1곡이나마 어려운 성악곡을
애써 익혀놓았던 것이
오늘 나를 위기에서 구출해줬다.
비행소년 라이트 형제들 고마워!!!
세번째 수업은 영어 수업시간이다.
김용택선생님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힘찬 구호가
교실을 압도한다.
김용택 선생님의 지명에 따라
몇몇 학생분들이 당황하기도하지만,
모두 잘 따라들 하신다.
왜 영어는 먼 이곳까지 와
이곳에 사는 선량한 백성들을
이토록 오래도록 괴롭히는지,
생각해보면 나도 40여년간 영어를 대해
고통을 받아 왔는데
외국인과 실전에서 써본 경우는
세번 이었던가 네 번이었던가 ??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언젠가 동대문 시장에서 길을 미국여자가 물어 봐서
,,,
어느 유머책에서 이런 때는
상대에게 (시)팔놈이... 하고 욕하며 손을 내저은 다음에
물어 본 곳에 그냥 데려다 주면 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했더니
정말 그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졸졸 잘 따라 온 다음
탱큐 배리 마치 하며 감사를 연발하며
갔던 생각이 난다.
그 미국여자를 보내고
얼마나 속으로 웃었던지 ,,
엥 그 일 포함해서 한 네 번 써봤던 영어를,,,
왜들 한국사람들은 땀흘려가며 배우려 하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오늘 수업은 3인칭 단수 현재에 -s붙이고 don't doesn't
구별해 부정문 만들고 빈도부사 붙이는 연습인데
도데체 왜 미국년놈들(국어 박용준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절대
놈 년은 나쁜 표현이 아님 )
왜 그년놈들은 3인칭 현재 단수에는
'공연히' '쓸데없이' '불필요하게' '귀찮게'
-s를 붙여 구별해 써서
여기 있는 분들을 괴롭히는지
-- 한국사람들 3인칭 현재 단수에 -s 안 붙이면
서로 못 알아듣고 불편해지나요?
그사람 저기 간다쓰?
왜? 왜? 왜?
미국놈들은
도데체 왜 처음
그딴 쓸 데 없는 걸 굳이 붙여
구별할 필요를 느꼈을까??
내가 수업시간에 앉아
곰곰히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해보니
아마 미국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우선 미국사람들 사는 곳에서는
명예훼손죄가 엄격하게 처벌된다.
mp3 한 곡 다운받으면 50 억 물리듯
남 욕하거나, 남 이야기 뒷담화하다 걸리면
죽음이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우리가 말하는 것 알면 소송걸리기 쉬운)
딱 하나 제 3자의
현재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우리들끼로 비밀로 조용히 숨어서 이야기 해야 하고
다른 사람 특히 그 제 3자(현재 단수 3인칭)에게
절대 비밀로 하자는 뜻으로
모든 동사에 -s(쉿!)을 붙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 여자 지금 집 나간다(쉿!)
그 사람 지금 거짓말한다(쉿!)
저 사람 가발 쓴다(쉿!)
이렇게 시작한 버릇이 남게 된 흔적 아닐까?
별별 생각을 다 해가며,
그 동안 큰 고민하지 않았던
3인칭 단수 현재의 이상한 현상에 대해
학생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려 하니, 참 어렵다!!!
나랏말씀이 미귝과 사맛디 않아
어린 백성이 세계에서
여행하거나 장사하거나
신 기술 신 지식을 배우려 할 때마다
고통받게 되어
김용택 선생님이 오늘도
don't doesn't 구별을
힘있게 가르치니,,,,,
--
...첫교시 훈민정음 내용이
이상하게 조바꿈을 해서
내 머리속을 멤돈다.
마지막 수업은 또 영어다.
이번에는 선녀모습의
김지원 선생님이다.
수업시작하자 마자
여기 저기 학생분들이 거꾸로
선생님의 신혼 생활과
시어머님 대하는 법 등에 대해
조언을 해대는 분위기로 봐서
아무래도 갓 결혼하신 선생님인 것 같다.
예쁜 분들은
목소리까지 예쁘고
똑똑하고 착하고
집에서 기다릴 우리 마누라님은
모두 반대인데,,,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누구나
공평하고 행복하고 착하게 사는
이상사회가 빨리 실현돼야
마땅한 일 아닌가?
그나 저나
집에 돌아가면서
과연 야학교사를 내가 하면
이들 선생님들처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선 오늘 선생님들을 통해
하나 하나 점검해보니
가장 먼저
학생분들을 향해
에~네 ~르~기~ 파를 과감히
발산해낼 역량이 부족함을 통감한다.
지금까지 내 생활 자체가
에네르기파 고갈 결핍 상태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잘 될 턱이 있나? 딸랑딸랑
기운빠지는 메아리 소리와 함께
또 한편으로는
뚱뚱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게그맨 김형곤 회장님께서
잘 돼야 할 텐데....하며 주먹으로 턱을 쳐 올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
잘 돼야 할 텐데
퍽!
( 전 안 쓰면 안 쓰고
쓰면 텍스트로 4.88 MB 이상 쓰니
이런 것 쓰라고 안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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