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박학선
상록과 초지일관(初志一貫)했어요
지난 1월 20일 오후 네 시,
총학임원들과 담당선생님이
박학선 교장선생님 사무실로 방문하였다.
입구에 걸려있는 사무실 현판에 특이하게도
<서울시 시민대상자의 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신 분들에게 주는 상인데,
그 상을 받은 분들 중에서도 교장 선생님께서 회장직을 맡고 있으셨다.
마침 차갑게 몰아치는 북풍의 날씨를 가르며 찾은 우리를
교장선생님께서는 인자하고 따스하게 안으로 맞아주셨다.
40여 평 사무실 안은 온갖 진기한 보물로 가득해서
방문자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였다.
결코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상패, 기념품, 기념자기, 고서화, 세계각지의 명산품 등
그 가짓수가 수 만 점을 헤아릴 듯했다.
이들의 대부분이 교장선생님께서
이웃을 돕고 봉사하시면서 받은 기념품이나 상품 등이라는 데에
그 놀라움이 크다.
예를 들어 2만 오천 원짜리 감사패 하나의 의미를 새겨본다면,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10년, 20년 찾아가며 봉사해 오신
작지만 소중한 답례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지닌 평생의 봉사정신과 그 물질을 단위화한다면
천문학적 숫자에 해당할 것임에 틀림없다.
집무실 가득한 물품들을 둘러보며
교장선생님께서 꺼내주신 음료수를 하나씩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기자들은 교장선생님께 가졌던 평소 궁금증을 여쭈었다.
▷ 기자 : 요즘 몸 건강은 어떠세요? 얼마 전 입원을 하셨다던 데요.
교장선생님 : 크게 아픈 건 아니고 그저 그래요.
며칠 간 병원에 있으면서 검진을 했어요.
좀 걱정인 것은 신장이 안 좋아서 앞으로
관리를 잘해야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 염려 고맙습니다.
▷ 기자 : 3월 4일 외대학생식당에서 일일호프가 열리면 좋겠는데요,
교장선생님께서 장소협조를 받고자 노력하고 계시는데요!
교장선생님 : 그렇지. 지역사회의 교육봉사단체에 대해
외국어대학교 학교측이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했지.
우리 야학이 하는 이런 행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를 했어요. 관계자들한테요.
그랬더니 장소를 빌려주는 걸 협의해보겠다고 담당자가 찾아왔어요.”
▷ 기자 :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시간만 해도 빡빡할 텐데,
개교기념 학예발표회나 일일호프까지 시작 하게 된 사연이 특별히 있나요?
교장선생님 : 지금도 그렇지만, 70년 초엔 나이어린 편모나 편부를 둔 채
학교에 가지 못한 불우한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이들을 모아 가르치면서 필요한 운영자금을 얻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전인교육차원에서 아이들의 여러 특기를 살려 모둠활동 등을 운영하고
배운 것을 주민들을 초청해 학예발표회나 일일호프를 열었어요.
당시 야학은 지역주민들에게 자칫 문제꺼리 불량한 단체로 보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건전하고 학구적인 야학의 참 활동모습을 알릴 필요도 있었지요.
또한, 지역에서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을 위해 베푸는 자리로 이 기회를 이용하였던 셈이지요.
그래서 이웃을 초청한 건데, 대신 그분들이 그냥오시지 않고
오히려 물질적 지원도 마다않았던 게지요.
▷ 기자 : 당시 야학에서 가르치며 헌신한 교사들의 봉사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교장선생님 : 아까도 말했지만 그 시절,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서
사회적으로 이들을 인도할 필요가 있었지요.
60년대 전쟁의 끝에서 복구를 부르짖던 재건활동의 영향이랄까,
70년대 도시새마을운동의 한 방법으로 관심을 가질 때였어요.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들 자신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무엇 하나 바랄 것도 없고 대가도 없이 자신의 사재까지 나누면서
활동했던 것이었어요.
못 사는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자선이나 동정심이 아니었고,
사회에서 정의롭고 바르게 살아가게 하자는,
오로지 희생을 통한 자원봉사선생님들의 노고가 그 역할을 이어가게 하였지요.
▷ 기자 : 교장선생님께서는 36년 간 혼신을 다해 봉사하신 것에 대해
세월이 흐른 지금 후회하지 않으세요?
교장선생님 : 사실 중간에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갈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도 힘들게 고민하며 지내왔어요.
그리고 자수성가하기 전까지 억척스럽게 살아온 생각을 해서,
지나는 길에서 구두닦이만 보아도 달려가 손을 잡아주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몇 푼 용돈이라도 꼭 쥐어주고 지나가야했어요.
이런 삶을 지향해 살다보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뜻과 의지를
초지일관(初志一貫) 지켜낼 수 있었지요.
이렇게 평생을 꿋꿋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 기자 :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교장선생님 : 우리 야학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선배동문들이나 전직교사들의 피나는 노력과 뜨거운 봉사정신으로
여기까지 이어온 것입니다.
명실상부한 상록의 이름이 결코 어느 시대 어느 누구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36년 전통에는 수 천 명의 상록학교 전직교사님들과 동문들의
피나는 노력이 깃들어있습니다.
또한 정말 잊으면 안되는 게 지역 후원자님들의 물심양면(物心兩面)적
사랑과 참여입니다.
재학생들은 이런 선배 상록가족들의 정신을 상기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야학이 좀 어렵다고 해서 굳이 구걸하는 행색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떳떳하고 정의로운 모습으로 사회의 부분에서 긍정의 힘으로
세상의 평가를 받도록 지켜나가야겠어요.
신선한 학구열로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그 배움을 사회에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새로운 포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록인이 될 것을 당부합니다.
▷ 기자 : 졸업한 동문들과 전직교사들 중심으로
<상록후원회>가 결성되었는데 어떤 방향으로 운영 되는 게 좋은지 말씀해주십시오.
교장선생님 : 전에는 후원회가 결성되었다가 오래 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어렵게 다시 모인 것이니만치,
더 많은 동문들이나 상록가족들이 참여하고 그 모임이 발전해야 됩니다.
후원금을 여유가 있어서 많이 쾌척해도 좋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없더라도 서로서로 십시일반 모아서
큰 힘을 발휘해야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많은 동문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발전시켜 상록의 정신이 영원히 이어지고,
여러 성과물들이 영구적으로 보존될 것입니다.
36년간 꾸준히 버티며 이어온 상록의 세월을 보람되고 자랑스레 이어가기 바랍니다.
▷ 기자 : 저는 2010년 상록학교가 MBC방송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우연히 TV로 시청하고 찾아온 학생입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더불어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더 많이 홍보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실 수 없을까요?
교장선생님 : 예, 그래요. 전통적으로 우리가 광고하는 벽보작업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 알리는 것이 광고의 효과가 매우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언론인터뷰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입니다.
자칫 너무 손만 벌리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그동안 같이 해준 분들에게 잘못 비칠 경우도 있습니다.
책임 있는 선생님들과의 진지한 논의를 거쳐 취재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 기자 : 다른 하실 말씀은 더 없으신가요?
교장선생님 : 여기 담당 선생님도 계신데 문학창작반이나 글둥지문학회에서
배우고 사회에 나가 등단을 하거나 알려지기도 하나요?
졸업 후에도 창작활동이 계속되면 좋을 듯 한데요.
▷ 박용준 : 더러 지방지나 지역 문인협회에서 등단 활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의 송옥영 씨나 도봉구의 손만득 씨,
동두천의 최복녀 씨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지도하기에는 우리의 한계가 있어서
대학의 문창과나 기업이나 언론의 문화센타, 등단 유명작가 밑에서
전문적인 글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교장선생님 : 우리 학생들이 편지쓰기 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문자로 모든 연락을 하고 소통을 하다 보니
절절히 인간미 깃든 편지가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종이를 사용하여 편지를 쓰면 글 솜씨도 늘겠거니와
서로간의 사랑이나 정이 더욱 돈독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빨리빨리 복잡한 현대문화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잠시의 여유로움으로 편지를 한번 써보라고 권합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십시오.
▷ 일동 :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오래오래 상록을 사랑해 주세요.
우리 일행이 교장선생님과 접견을 하는 중에도
여러 손님들이 오셔서 기다리고 있어
더 머무르지 못하고 곧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교장선생님 몸이 많이 쇠약해지시긴 했지만
여러 손님들을 꾸준히 만나시며 업무를 챙기는 모습에서
아직도 기력이 왕성하시고 정정하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회의 등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시는 교장선생님
상록사랑이 오래오래 이 세상을 뜨겁게 덥혀주길 기원하였다. ♧
탐방 : 고3 변종주 · 이정애 ·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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