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직 교사 양신애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태안에 봉사활동 갔다가 너무 절망적이고 막막한 기름밭에 허걱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짧은 물때 사이에 해변의 기름을 걷어내느라 애를 쓰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현재 네이버에서 1월달만 한정적으로 차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가 보니 점심식사에 소득공제까지 해주더군요. 아래 카페에 가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사랑海 태안 반도 시꺼먼 기름띠 걷어내고 바다를 살려요
http://cafe.naver.com/greesea.cafe
공짜라 마감이 빨리 되니 화요일까지는 신청해야 할 겁니다.
확실한 참가를 위해 보증금을 걸고 예약하며 일단 참석하면 환불받습니다.
오늘 봉사하는 자리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좋은 일 하는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습니까? 이곳 상록처럼요.
한 분이라도 함께 하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 27일날 갈 예정이니 그때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양신애 010-4640-3815)
아래는 제가 카페 게시판에 올린 후기입니다. 재미로 읽어주세요.. ^^
<불순하고 재미있는 태안 봉사기>
태안은 우리집도 아니고, 옆동네도 아니다.
기름냄새도 나지 않는 방안에서
반복되는 뉴스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쯧쯧, 삼성놈들을 족쳐야 돼!
하는 게 전부이던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
"주말에 태안 갈 건데 같이 갈래?
NHN에서 차도 내주고, 점심도 준대."
"그으래?"
"소득공제도 해줘. 5만원!"
"나도 갈래!"
나의 동기는 매우 불순했다. 언제나처럼.
6시 반까지 집합하느라 잠은 세 시간도 못 잤는데 태안에 도착한 것은 10시 반.
차량 두대 가득한 사람들을 인솔하느라 주최측 스텝들은 무척 바빠보였고
우리는 방제복과 장화,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또 삼십분을 후루룩 흘려보냈다.
거기다 나는 화장실을 들르느라 또 한 십분은 보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시간을 계산했는가는 곧 알게 된다.
해변으로 내려가자 까맣게 기름때가 낀 바위밭이 막막하게 펼쳐져 있다.
주어진 도구는 마른 천과 두 손 뿐.
"솔이라도 가져 올 걸."
아무리 천을 문질러도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천만 꼬질꼬질해질 뿐 바위의 색은 그대로. 성취감이 없으니 신명도 나지 않는다.
팔은 아프고 엉덩이는 차갑다. 흠. 이게 무슨 바보짓이람. 이래가지고 언제 이걸 다 치우겠어.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 끙끙거리며 바위를 들어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힘에 부쳐 하면서도 표정은 진지했다.
친구가 선뜻 가서 힘을 보탰고, 밑둥이 들린 바위는 그야말로 천연 그대로의 석유를 함뿍 머금고 있었다.
타르 덩어리가 된 흙들을 치우고, 말라붙지 않아 쓱쓱 닦이는 기름을 떼어내니 일할 맛이 났다.
"왜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
우리는 신이 나 낄낄대며 그 일 잘하는 사나이를 쫓아 이 바위 저 바위 들어보며 들릴 만한 녀석을 공략했다.
나는 푸대를 들고 가서 타르 덩어리를 골라내고 남자들은 바위를 들고..
겨우 한 시간 남짓 했을 때 뒤를 돌아보자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새 물 때였다.
자리를 옮겨 다시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번에는 더 기름냄새가 역했다. 아니나 다를까 땅을 팔 수록 타르가 가득했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땅을 파면 기름이 나와!"라는 누군가의 농담이 떠올라 씁쓸했다.
기름이 가득 들어찬 조개들이 죽어서 나왔고 곱은 얼굴로 하염없이 바위를 닦고 있는 어민들의 모습이 스쳐갔다.
마을 주민분들이 밥 먹으라며 우리를 불렀다. 아침을 거르고 차안에서 먹은 과자가 전부였던 터라 (실은 주최측에서 준 김밥이 있었는데 자느라 다 못 먹었다) 우리는 즐겁게 밥줄에 합류했다.
김치국에 생김치와 밥 한 덩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물이 들어온 항구는 맑고 온화했다.
선이 고운 목선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푸른 빛을 띤 물이 꺼멓게 썩은 속을 다스리고 있는 것처럼.
밥을 먹고 나자 오늘 따라 물때가 빨랐다며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차에 간식에 점심에 소득공제까지 받았는데 벌써 가면 미안해서 어떡하지?
"6시 넘어야 물이 빠진다니까! 그만 가서 쉬어."
정말 끝이었다. 마을 주민분들의 말씀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에서 뭉그적거리지 말고 얼른 내릴 걸. 옷도 좀 서둘러 입을 걸.
그때 내가 버린 십분, 이십분에 바위 하나는 더 들어서 닦아줄 수 있었을 텐데.
누군가, 이 모든 걸 우리 힘만으로 어떻게 하지? 하고
목숨을 끊고 싶게 만들지 모르는 그 꺼먼 덩어리를 좀 더 없애고 가야 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스텝들이 미안하단다. 매일 왔지만 이렇게 물때가 빠른 적은 처음이라고.
부러 시간내서 왔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 미안하다고.
물 때 잘못이지 고생한 스텝들이 무어 미안할 게 있나.
끝까지 사람들을 챙기며 남은 음료와 김밥을 나눠주는 스텝들이 무진장 멋있었다!
휴게소에서 호도과자를 먹으며 결심했다.
다시 오면 되지.
그래 다시 오자!
다음번엔 더 많이 데리고 오자! 1조는 바위를 드세요. 2조는 타르덩어리를 제거합시다. 진두지휘를 해야겠군.
전에 일했던 야학에 전화를 걸어 봉사할 사람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늘 불순한 동기로 '봉사'를 하는 편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주로 봉사하는데 모인 사람들은 오늘 모인 사람들과 스텝들처럼 멋진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들과 일하면 재미있으며, 돌아오면 사람들이 좋은 일 했다고 칭찬까지 해준다.
다음 주에도 이렇게 일석 삼조의 소풍을 떠날 계획이다. 동참하지 않겠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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