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 - 삶과 이야기
사고 친 상록고 3년생 1
고 31회 장 사 일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 덧 3년의 세월이
한편의 영화드라마처럼 꿈꾸듯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중1로 신입생교실에서 선서식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상록고 3년생이라니 스스로 놀랍니다.
어릴 때 중학교에 못간 적이 그렇게도 한이 되였어요.
일흔 살이 되도록 가슴에 품어오던 어느 날 지하철 1호선 열차를 타고
종로3가에서 가던 중 우연히 쳐다본 것이 상록야학 포스터였습니다.
저의 눈에 번쩍 들어오던 순간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으며 마음을 가다듬어
연락처로 전화하고 상록야학에 입학하게 되었답니다.
2013년 8월 29일 예비소집 교과서를 받는 날이라 가방을
챙겨오라는 말씀에 동대문 시장에서 큰 가방을 구입하여 학교에 등교를 하였습니다.
교과서를 받는 순간 그렇게도 중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13세 어린 학생이 드디어 57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저의 힘으로 말입니다.
너무나 감격해서 그날 학교에서 돌아와 책을 펴보며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보고 또 보고 하던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중학교는 정말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 당시 저의 집은 강북구 수유동이었습니다.
학교에 오기까지 3번 마을버스를 타고 4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창동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외대역에 내려 약 10분정도 걸어서
학교까지 오는 동안 1시간이 걸렸습니다.
중학과정을 2년 동안 배우면서 시간에 쫓겨 택시를 타고
등교한 적이 여러 번, 수업시간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지각도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부득이 검시 끝나고는 결석을 좀 했었지만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시간을 절약하자는 생각에 가족과 떨어져 저 혼자 이문2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 학교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참 좋습니다.
공부만 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지키고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자영업을 하는 조그마한 사업자로 일과 병행해야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건축공사 철거전문점을 20여 년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던 직업이라 쉽게 버리지는 못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은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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