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Are you REALLY ready?
이름: 푸르름이
등록일: 2008-08-26 13:59
조회수: 2986 / 추천수: 700
뭔가 보이는 걸 못본채 하고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기어코 엠티에 가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듣고 왔습니다.
아니다 생각해서 떠들다가도
가만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리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상록은
상록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 조직이라는 겁니다.
상록에 오래 몸담은 교사, 학교일을 그 무엇보다 우선으로 여기는 교사,
수업도 열심히하고 모든 학교행사에 빠지지 않는교사 뿐 아니라
수업만 하는 교사, 행사에서는 얼굴보기 힘든교사, 1년도 채 못머문 교사
이 모든 사람들이 상록을 30년 넘게 지탱하게 해준 힘이라는 겁니다.
공부를 잘하고, 검시를 통과하고, 수업에 열성적인 학생 뿐 아니라
수업에 잘 오지 못하고, 학업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한 학생들을
상록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여야 합니다.
상록은 학생들 만을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교사들도 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상록은 그 봉사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에게는 많은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런데 더 나은 내가 가진 것을 그러지 못한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하는 소위 '봉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상록인이라 자신있게 칭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해도 그게 올바른 생각일까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많은 교사들에게
상록은 일상이고 생활이고 삶의 일부일겁니다.
상록을 통해 학생들못지않게 많은 것들을 내어놓기도 하고 배우고 얻어가기도 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삶을 꾸리기 위해 여러가지 타협을 합니다.
가정과 일자리와 다른 사람들과 여가생활 등등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스스로 무던히 애를 쓰고 조율해나가며 살고 있습니다.
상록도 그런 삶의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강요 받을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사는 이래야만 한다라는 정의
물론 상식적인 수준도 있겠지만
모두 우리가 우리의 욕심껏 정한 스스로의 규칙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쳐 놓은 줄에 우리가 걸려 넘어지고 상처입게 생겼는데
일단 쳐 놓았으니 풀지는 못하겠다 하면 너무 어리석지 않습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학생을 위한다, 상록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희생하기를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욕심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욕심이 생기면 기대가 생기고 그러면 비판도 생기고 실망도 하겠지만 발전도 하겠지요.
그런데 욕심이 발전이 되려면
반드시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규칙에의 동의 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도 동의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다 받아들여주길 바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하고
어떻게해서든 조율하려고 노력하는
애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려도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도 필요하겠죠.
각자 스스로 마음속에 '이 이상은 안된다'는 양보할 수 없는 선을 그어놓고 시작하는 대화는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준비가 되셨나요?
듣고 이해하고 한 발 물러서고 기다릴 준비가 되셨나요?
그게 대화의 시작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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