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느 때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전에 끄적였던 글이 문득 생각나서 찾아 옮겨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듯 비슷하고 비슷한듯 다르고
그래서 그 다채로움이 반하고 그 유사함에 위로를 얻으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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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야학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때는 정말 아무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걸을 때, 자기 자신이 넘어질거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발을 내딛는 것처럼,
모든 일에 겁 없이 달려들고, 많은 사람들과 웃고 웃으면서 살았더랬습니다.
겁이 없었기 때문에 갖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쏟아 부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알게되었습니다.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말이죠.
흔희들 사랑을 냄비나 뚝배기에 비교하곤 하죠.
빨리 데워졌다가 빨리 식는 냄비 같은 사랑보다는, 더디긴 하지만 오래가는 뚝배기 같은 사랑을 하자고 하죠.
상록에 대한 애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걸 내놓다 보면 자기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내가 텅 비어버렸다는 걸 알게 되죠.
내가 온전히 차야 그것을 비로소 내어 놓을 수 있고,
그래야 그것을 많은, 더 많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나눌 수 있는데 말이죠.
내가 없이는, 내 안에 그 무언가가 없고서는 나눔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온전히 없고서는 내가 속한 가족도, 조직도, 사회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내가 이세상에 전부라는 이기심이나 자만심하고는 다릅니다.
단지 내가 소중하고 나서야 내 주위의 사람들과 내가 속해있는 사회가 소중하고 건강하다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입니다.
오래오래 시간을 두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워나가는 상록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나눠주고 다른 사람을, 상록을 채워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할 날을 꿈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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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을 그만두고 난 후 2003년도쯤 썼던 글인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얼만큼 온전한 모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지금은 상록이 저나 저의 삶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오래도록 자리잡을 수 있게,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의 소모가 생기지않게 조절할 수 있을만큼의 내공(^^?)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마 시간의 힘이 준, 그리고 겪어온 많은 실수들이 가져다 준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즐거움들이 없다면 나이를 먹는 것이, 아픈 경험들이 쌓이는 것이 그저 서럽기만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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