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늦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습니다. 구립에서 운영하는 렌트바이씨클(?)을 끌고 두어 고개를 넘어 상록학교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오르막길에선 살짝쿵 후회도 들었습니다. ‘날도 더운데 버스타고 갈껄…….’ 근데 자전거를 끌고 가기 전, 자전거 대여기계 앞에 서면 왠지 한적한 여유를 줄 것만 같은 이상한 유혹에 자전거를 뿌리치지 못한답니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픈 마음이랄까? 그리고 내리막을 내달리며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상쾌함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혹들로 인해 자전거를 선택해 출발 한 것 같습니다. 신입교사로 상록학교를 이제 출발하면서 나중에 어떤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바람이 얼굴에 부딪히는 상쾌함을 줄 것이란 조그마한 기대도 해보았습니다.
어쨌든 모둠활동을 하기위해 학교에 도착. 몇 가지 모둠활동이 있었지만 저에겐 ‘문예반’ 밖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하나의 갈등 없이 박용준선생님을 따라 문예반으로 들어갔습니다. 살짝 기대도 들더군요. ‘문예를 좋아하는 어머님들이라……. 어떤 분들일까? 또 어떤 글들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까?’ 등의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아직 교실 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떤 어머님들은 다른 반에 갔다가 ‘오늘은 안 한다던데.’ 하시며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온 날 수업을 안 하나?’ 잠시 교실이 어수선해 지더군요. 어떤 반은 한다. 어떤 반은 안한다. 어떤 어머니는 ‘교사들끼리도 이렇게 안 맞아서 어떻게 해?’ 하는 살짝 탄식 섞인 말씀도 하셨습니다. 맘이 조금 불편해 지더군요. 어쨌든 어수선함이 수그러들고 원래대로 수업은 진행되었습니다.
어떤 어머님이 쓰신 글을 모두 함께 읽으며, 박용준선생님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합평보다는 어떤 문법에 어긋남 등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합평이나 지적 같은 것들이 글을 쓴 사람에게는 기분 나쁘게 다가 올 수도 있는데, 어머님은 웃으시면서 여러 충고들을 달게(?) 받으시더군요. 연륜이란 저런 여유로움도 가져다주는 건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박용준선생님의 지적은 참 섬세하시더군요. 특히나 문법에 대해 명확히 말씀하시고 아는 것도 많으셔서, 학생들에게 바른국어(?)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글에 평이 끝나고, 백석 시 두어 편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현재 백석을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고 있는 저로써 무척이나 큰 반가움이 일더군요. 백석 시는 토속적이고 소박한 게 특징이라 함경도 사투리만 조금 찾아서 읽는다면, 어머니들 정서에 잘 맞아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어머님들은 옛날이야기 하듯, 시에 친근감을 가지고 말씀하시는 게 보기 좋았습니다.
‘어머님들께 내가 만약 백석에 대해 말한다면, 어떤 걸 전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수업시간 내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왠지 행복해지더군요. 꼭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닫는 순간 같았습니다. 얼굴에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처럼 그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떤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을 런진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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