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안주 좋은 안주
푸른그루 편집부
박 용 준
오늘처럼 하늘이 조용히 내려앉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툭툭 건드리며 비가 내리면 빈대떡이 그립다 하고,
파전이 생각난다하며, 막걸리 한잔 하자고
주당들은 옆 사람을 부추겨 어떻게든 술자리를 펼치게 된다.
전날 밤새도록 마시고 새벽에 들어갔을지라도
저녁 6시가 될 즈음이면 ‘술시’라던가? 은근히 파전의 기름 냄새가
코끝에 어른거리고, 얼큰한 매음탕국물의 매력이 회를 동하게 한다.
그때 술친구가 같이 가자고 잡지 않았다면 서글펐을
반가운 마음으로 못이기는 척 따라나서게 마련이다.
기대감 부푼 호기로 점잖은 나잇값 체면 차려 멋을 내고 들어가는 데가 허름한 술집이다.
그러나 어떤가?
술자리를 마치고 나설 때는 막걸리 병이나 마셨는지
여기저기 비척비척 갈지자를 그리고 도로 가운데로 활보하며
택시를 잡는 모습들, 누가 봐도 가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날 수는 없음이리라.
나올 때도 들어갈 때처럼 좀 점잖고 우아한 모습일 수는 없을까?
술이 원수라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술상이 차려지고 반가운 정담이 오가며 한 잔 두 잔
술잔이 이리저리 오가다 보면 그 다음으로 반드시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바로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하는 없는 사람 험담이다.
술자리에 없는 회사동료 미운데 들추어내기,
좀 소원(疏遠)한 친구 욕해먹이기, 상사의 잘못이나
못마땅한 친구 짓이겨대고 씹어대기 일쑤다.
그리고는 결론 없는 토론을 여기저기 반쯤 비운 술잔에
떠있는 안주국물처럼 개운치 않게 앙금만을 남겨두고 술자리를 뜨게 된다.
정말 누구도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생각하기 싫은 추태들이다.
왜 군상들은 비싼 제 돈 내고 마시는 술자리에 추하고
씁쓸한 입맛을 개운치 않게 남겨두는 것일까?
자연의 순리(順理)를 말하고, 없는 사람 좋은 면을 칭찬하고,
소속한 부서의 업무에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말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될 것이고, 업무시간에 못 다한 일을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어 금상첨화(錦上添花)아닐까?
대부분 그런 자리에서는
“그래, 그래 맞아!”
라고 맞받아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고민을 한다.
할 말이 있다면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좀 완곡하게 표현해도 되겠다.
그러지 않고 상대가 없는 술자리에서 취한 군중심리로 의기양양해서
큰소리치는 속 좁은 잔챙이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평소에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말이다.
알코올에 의지해서 몸 축가도록 떠들지 말고
맑은 정신에 진실 되게 말하고 살면 안 될까 싶다.
술자리라지만 좀 의연해지고,
이 세상 누구에게라도 칭찬이 되고,
더불어 살며,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하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직하도록 의견을 투합하여 덕담을 나누고,
상대를 칭찬해보자.
서로를 위한 상승작용을 도모(圖謀)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말이다.
남을 밟고 조장(助長)하기보다
자기를 내려 남을 올리는 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람에서이다.
남을 올리고 남이 서로를 올린다면
모두가 올라 더 넓은 세상의 행복을 얻을 것이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의 부조리한 모습이나
암울한 데에 더 마음이 쓰이고 자괴감이나 괴리감들로
사뭇 입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하릴없이
그렇게 여타의 사람들처럼 잔소리만 늘어 간다고 느껴
서글플 때가 많다.
그리고 술자리를 핑계 삼아 반성보다는 원망을 하게 되는 경우를 발견한다.
내가 아닌 남과 더불어 지내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맑고 밝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나가도록 해야 한다.
서로와 서로가 만나는 자리에서 좋게 말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인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함께할 좋은 말 얼마나 많은가?
인제부터는 상대방을 할퀴고 짓뭉개기보다는
쓰다듬어 도모하는 삶을 살려 노력해 보자.
조금은 손해를 보고 내가 힘이 들더라도
밝고 환한 세상을 이끌어 나간다면
우리 사회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가정에
반짝이는 봄볕이 따사롭게 내려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술자리 입 거친 안주보다는
나긋나긋한 하트가 연해 찍혀 나오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언어를
안주로 깔아두는 노력을 하자.
우리들의 메마른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고
굳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돌려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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