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상록야학 검정고시
홍시
고 3 정 옥 자
11월의 어느 날, 아니 19일이다.
외출하였다가 집에 오니 남편이 마당에서 감을 따고 있었다.
감나무는 키가 매우 커서
높은 사다리를 놓고 대문 위로 올라가서 따고 있었다.
감을 하나씩 딸 때마다 잎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탐스러운 감은 바구니에 소복이 담겨졌으며,
남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졌다.
그 모습은 매우 믿음직하고 근사하게 보였다.
남편과 살아오는 동안
‘내게 잘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가장의 의무다.’라고 생각하였다.
오히려 내게 조금 소홀하게 대하면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었다.
이기심으로 가득 찼던 내 자신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남편은 나에게 섭섭할 때가 있었을 텐데도 전혀 표현하지 않고
나를 끝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제 내가 남편이 나한테 해준 것보다
내가 더 이해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실로 오래간만에 든든하고 사랑스런 남편을 느끼며
어색하지만 마음은 가을햇살처럼 따스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홍시가 마당에 떨어졌고,
올해로 아홉 살이 된 우리 집 지킴이 ‘아지’는
홍시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먹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서
남편과 나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아지는 꼬리가 떨어져나가도록 세차게 흔들면서
우리와 즐거움을 함께 하였다.
남편과 나는 몇 개의 감을 더 따고
손이 닿을 수 있는 감은 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감은
한층 더 풍성하고 탐스럽게 보였다.
아지와 더불어 남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달콤하면서 차갑고 시원한 홍시를
반으로 쪼개어 꼭지를 따고 씨를 빼가면서 먹을 때가 기다려진다.
나에게 귀하고, 소중하고, 믿음직스러운
남편과 함께하는 나의 삶은 풍요롭고 행복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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