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서 -
백담사에 걸려있는 만해의 자취
김 종 수
이른 아침 강원도를 넘어서는 산골짜기이다.
물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청둥오리 두둥실 떠있는 강가의
한가로움을 창밖에 널려두고 달리는 차속에는
소녀 같은 유년시절의 학생으로 돌아가 시끌재깔 들떠있다.
잡힐 듯한 계곡과 산에 단풍의 고운 자태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바람에 이따금씩 날리는 낙엽은 한해의 마무리인가 아름답다 못해 스산해 보인다.
차 안에서는 각자 준비한 한편의 수필과 시를 읊으면서
같이 공감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하하 웃기도 했다.
그 사이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탈 수 있는 셔틀버스도 있지만 운치를 느끼며 걷기로 하였다.
산길을 걸으며 수천 년 풍상에 씻기느라
하얀 광목천 깔아놓은 것 같은 큰 바위가 위풍당당 우릴 맞는다.
그 안에 흐르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은 어찌 그리 주위의 단풍과 곱게 어울리던지!
우리들은 단풍과 어우러지며 백담사에 도착했다.
백담사 수업시간에 배운, 아니 그 옛날부터 동경했던 한용운 님의 만해기념관에 도착하니
‘님의 침묵’의 시어가 우리를 반긴다.
이 시 말고도 한용운 님이 집필한 수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속세를 떠나 이런 작품 활동과 스님으로서 독립투사로서
혼을 불태우던 백담사를 찾아 탐방을 하는 것은 전부터 생각하던 터였다.
대쪽같은 굳은 지조로 설악 백담사의 승려가 되여
만천하에 대중불교의 포교에 힘쓰시고 그 괴로움을 시로 승화시킨 많은 작품이 빼곡히 나열 되여 있다.
때로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어느 때는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조국광복을 염원하셨던
만해 한용운 님을 마음에 새겨본다.
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 ‘조선불교유신론’ 등 훌륭한 작품으로 남아
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시인으로 숭배한다.
깊고 한적한 산세 바람소리 벗 삼고,
풍경소리 임 삼아 고뇌 찬 세월 그 어찌 감당했을까?
민족의 혼담아 간직하며 날 저물어 헤매는 길 잃은 어린 날짐승처럼
육신은 갔어도 한용운 님의 그 향기는 여기 백담사의 뜰 앞에 가득 넘쳐 흐른다.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속에 한용운 님의 발자취보다는
전직 대통령이 머물다간 방이라고 더 알려져
백담사의 유서 깊은 역사가 점점 퇴색 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
한용운 님은 불교의 진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중생제도를 하고 자연으로 돌아와 암울한 일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저술하였다.
이 많은 작품들에서 나라와 겨레를 지극히 사랑하셨음을 배웠다.
우리는 만해의 이 큰 뜻을 길이길이 잊지 않아야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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