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록체험, 나는 이렇게 했다!!_2007 신입교사 김소영
분류: 상록체험
이름: 태풍보현
등록일: 2008-07-15 10:56
조회수: 1848 / 추천수: 244
처음
김소영
* 체험일시: 7월 9일 월요일
* 체험장소: 중2
'처음'이란 단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렵지만서도 들뜨게 만든다. 7시 30분까지 상록으로 가야했던 나
의 발걸음도 그 마음과 같았다. 지원서 낼 때 한 번, OT때 한 번, 두 번이나 상록으로 향했으면서도 지금
부터 진짜 시작이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 때문인지 마냥 가슴은 두근거리기만 했다. 그저 교실 뒤에서 가
만히 수업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입장에서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는 셈이 되어버린 듯 하지만 그 때 내
심정은 이러했다.
교무실에서 나와계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적은 학생 수와 생각보다 많
이 남아 있는 책걸상이 눈에 띄었다. 1교시의 위력이 상록에서도 여전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1교시는 최대천 선생님의 국어시간이었다. 중학교 2학년 국어에 있는'도편수의 긍지'라는 제목의 수필
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셨다. 가장 눈에 띄는 교수법은 자주 자주 학습자에게 그들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를 연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었다. 짧게는 이 전 시간에 배운 것부터, 길게는 처음 입학했을 즈음
에 배웠던 개념들 까지 학생들에게 묻고 답하게 하는 형식이 자주 등장했다. 국어라는 교과목의 특성상
개념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학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시는 듯 했다. 하지만 교사
가 아무리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질문에 반응하는 정도가 활발해야 교사가 수업할 맛이 날 것이
다. 어머님들의 열성은 정말 대단했다고 여겨지는 진가가 여기서 보였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틀려도
자신있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셨고 모르면 모른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셨다.
학습자와 교수자간에 상호 의견교환이 너무나 잘 되는 모습을 보았기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도편수의 긍지'에 대해서 수업을 진행하실 때, 여느 문학 작품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지만 작가에 대
해서 기본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셨다. 여기서 선생님께선 어려운 용어를 천천히 그러나 반
복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하셨는데 늦은 시간에 수업을 들으시는 어머님들에게 있어 가장 효율적인 교수
법이 이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글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도 이 전에 배운 개념을 재확인하는 시간도
있었고 개념을 보다 효과적으로 암기하는 방식을 자연스레 학생분들에게 제시하셨다. 가령 문학 작품들
의 종류를 나눌 때 '장르'라는 단어도 사용되고 '가지', 혹은 '갈래'라는 개념들이 사용되는데 '가지'에 관
한 얘기를 하면서는 '가지'팔던 사람 얘기를 꺼내시고 '갈래'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엔 '집에 갈래'라고 말
씀하시면서 보다 학습자들 기억에 오래 각인되도록 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중요 내용에는 분필 색깔을
달리 하여 사용하였고 개념의 동의어를 계속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학습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모습 또
한 보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분들에게 예습을 유도하고 예습 범위를 알려줌으로써 40분의 수업은 끝나게
되었다.
2교시는 박단비 선생님의 영어시간이었다. 원래 시간표 상으로는 생물을 공부하고 있었어야 했을 시간
이었는데 대체수업으로 영어과목이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상록에 들어오면서 늘 듣던 얘기 중에 하나
가 자기가 맡은 강의 시간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2교시에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
히 내 수업시간에 내가 들어오지 않고 대체 수업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학생분들과 약속했던 것을 막무가
내로 파기한 것보다도 더 큰 여파가 학생분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느꼈던 셈이다. 수업 자료가 없어
서 학생분들은 우왕 자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프린트 물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탓에 선생님도 복사하
러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게 되는 것이었고 학생들은 그마만큼의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대체 수업에다가 수업 준비도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인지 선생님께선
복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셨다. 판서는 크게 하셨는데 학생분들 대다수가 어머님들이시다 보니 판서를
할 때는 큰 글씨가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또한 학생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수업 내용을 조절하
는 모습을 보이셨다. 영어과목 특성상 문법을 진행하면서 예시문을 자주 들게 되는데 예시문은 학생들
이 잘 아는 단어들 위주로 구성하셨고 학생들이 헛갈려하는 문법의 차이점을 이해할 때까지 연속적으로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셨다. 이 동안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계속 질문을 해서 답이 틀리게 나오면 다시 반
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즐거운(?) 쉬는 시간을 끝내고 3교시는 성소현 선생님의 가정시간이었다. 가정은 교과서로 삼은 문제
집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나 역시 중, 고등학교 때 가정과목을 공부했을 때 무조건 암기해서 시
험에 대비하곤 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중요 개념의 암기 위주로 수업은 진행되었고 강조
해야 하는 부분은 자세히 예시를 드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고 수업 말미에는 문제 풀이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분들 대다수가 어머님들인 관계로 다른 과목들 보다 가정 과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시는
듯 했다.
4교시는 황기연 선생님의 한문시간이었다. 갑자기 어머님들께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시는데 B4사
이즈의 네모칸이 수도 없이 많이 쳐진 종이를 꺼내셨다. 한문을 외우는 종이인 듯 보였다. 선생님께서도
이번 시간에 공부할 한자들이 적힌 종이를 나누어 주셨고 학생분들과 그것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선생
님께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중2에서 공부하는 한문은 '한자'위주의 암기식 수업이 주를 이룬다고 하셨
다. 그래서인지 수업은 한자의 뜻과 음을 밝히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뜻과 음을 말하시면서 그 한자가 쓰
이는 단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셨다. 다음에는 한자의 부수를, 다음에는 한자를 쓰는 순서를 밝히는 식으
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한자의 부수를 밝히는 것에서 어머님들이 상당 부분 잘 따라오시는 모습을 보였
다. 그리고 한자 쓰는 순서를 할 때에는 선생님이 먼저 순서를 알려 주고 다음에 학생분들이 한 번 따라
써보는 시간을 넉넉하게 주셨다. 한문 시간에 느낀 것은 학생들에게 무언가의 활동을 제시했을 때 기다
릴 줄 알고 천천히 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사의 충분한 기다림을 통해 학생
들은 보다 온전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앉아서 느낀 것은 첫째로 방음이 전혀 안되는 열악한 환경에 교실이 놓여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머님들께 여쭈어 보니 재밌는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면 더 시끄럽다고, 저건 약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공부하겠다고 졸린 눈 비벼가며 열심히 수업을 들으시는 학생분들의 모습에 정말 감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번째로 출석에 관한 문제였다. 학생분들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늦게 들어오
시거나 중간에 나가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였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담임 교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어떨까란 생각을 갖게 했다.
졸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4교시 까지의 수업을 들으면서 저녁 시간에 하는 공부라 학생분들 집중
하지 못할 까봐 열과 성의를 다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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