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 소감
손 만 득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는 틈틈이 천수경을 읽고 내 자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벌레 한 마리라도 하나의 생명이다‘라 생각하고 마음대로 죽일 수가 없다.
아주 옛일이다.
27년 전에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큰 아들이
어느 날 학교 앞에서 병아리 한 쌍을 사왔다.
처음 사 온 한 쌍은 며칠 못 가서 실패하고 또 사왔다.
이른 봄이라 방안에서 정성들여 키워 이번엔 성공했다.
백오십 평 되는 집안에 마당이 넓어서 개와 닭 두 마리가 어울렸다.
풀을 뜯어 먹고 개구리를 잡아 먹어가며 무럭무럭 잘 자라났다.
수탉은 빨간 벼슬을 달고 큰 닭이 되어 아주 예뻤지만,
채소를 갈아 놓은 밭에 피해를 주어서 이 놈을 잡아먹기로 했다.
암탉은 알을 낳고 가게에 보탬이 되어 재미있었다.
하루는 마음먹고 수탉을 애써서 붙잡았다.
그리고 이 놈의 목을 비틀었다.
그런데 닭이 힘주어 설치는 바람에 놓쳤다.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 돈을 주고라도 누가 잡아주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럴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을 할 때였다.
그 닭이 정신이 없는지 울타리 밑에 처음 붙잡혔던 자리에 가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는 아예 도로 놓쳤던 자리 부엌 앞으로 오더니 가만히 서 있다.
‘나를 잡아 잡수세요.’ 하는 식이다.
나는 왠지 마음이 아팠다.
너도 정신이 없구나.
죽음을 당하다 빠져 나갔으니 무슨 정신이 있겠는가? 하면서 붙잡아 다시 목을 틀었다.
그때 나는 말했다.
‘내가 왜 너를 잡아야 하며 너는 왜 내 손에 죽어야 하나?’
하면서 나는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기어이 이 놈을 잡았다.
남편하고 저녁 반찬에는 닭죽을 끓이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까지 그 죄책감을 떨쳐 내지를 못했다.
사실 내 손으로 잡을 때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어떻게 그러는가?
그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
양심을 가진 사람이면 어떻게 죽일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실 이런 일로 마음이 아프기는 했으나
크게 뉘우치지는 못하고 오늘날 까지 살아 왔는데
얼마 전 천수경을 읽고 나서야 큰 죄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닭이 새삼 눈에 선하게 보이고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든다.
그 닭은 내가 안 죽여도 언제 누구에게 죽음을 당하고 사람 속으로 들어갈 동물이지만,
내 손으로 죽인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마치 사람을 상해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이 세상을 마치고 저승에 간다고 생각을 해 봤을 때
염라대왕이 ‘너는 살해를 했으니 지옥을 가거라.’ 할까봐 은근히 두렵다.
그리고 인생을 66세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말조심, 마음 잘 쓰기 등 유의하면서 살아왔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은연 중 알았지만,
천수경을 읽고 배우면서 새삼 감탄하고 있다.
내가 불교 조계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좋은 말씀을 듣고 읽을 수가 있었겠는가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보았다.
지금도 불교 대학 공부가 그 때문에 퍽 재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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