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느덧 긴 장마 무더위 지나고 황금물결 너른 들녘에도
말이 살찌고 하늘이 높다는 천고마비의 풍성한 계절 넘쳐납니다,
밤송이가 때를 만나 배를 가르고
알록달록 그 신기한 밤톨을 내어 여기저기 큰 나무를 세우듯이,
지금 자랑스러운 선배님들이 큰 나무로 세상에 서계십니다.
그동안 딸이라는 것 때문에,
무지한 가난 때문에,
집안일 돌보느라 못 배워 시댁식구 눈치 보며
친구들 모임 뒷전에 있어야 했고, 직장도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은행일이라도 볼라치면 옆 사람 도움을 받아야 했고,
아들 손자며느리 눈치를 봐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록에서 즐거운 공부를 하며
다정한 선배님과 정이 들었습니다,
단풍 든 대성리 엠티,
드넓은 어린이대공원 봄소풍,
밤늦도록 즐겁던 송년회,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던 광고작업,
들녘에 원고지를 펼쳤던 백일장,
선배님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 가슴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인제 졸업, 상록을 떠난다 생각하니 지난 시간이 아쉽고 애틋합니다,
형설지공 함께한 지난 시간,
야근으로 못 받은 수업 숨차게 달려야 했고,
예습 복습 챙기느라 밤잠을 아껴야 했습니다,
들어도들어도 알 수 없고, 머리에 안 남아 속 태웠던 언니들입니다,
서로 달리 살아온 오십 육십 년 삶들,
한울타리 한 가족 엮어 모진풍파 잘 이겨냈습니다,
이제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손잡고 눈물짓는
선배님의 모습이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돌길 진흙길 묵묵히 걸어 금자탑을 쌓아 졸업함을 축하합니다,
졸업 영광의 뒤에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길을 한발 한발 디뎌 온 영광이 새 출발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하고 싶은 공부 맘껏 하고 많은 인연 맺고
무료한 저녁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친구 친척 앞에 당당하게 되었습니다,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고 말 할 수 있는 입이 열렸습니다,
상록에서 용기를 얻었고
인내를 배웠고
봉사를 배웠고
선후배 사랑함을 배웠습니다,
나보다 상대를 위하는 겸손을 배웠습니다,
안 보던 책도 보게 되었고 글도 배우고
강화도, 망우리 유래도 알게 된 문학기행도 즐거웠습니다,
우리들의 보금자리 정이 들었던 교실 칠판 책상 소중한 자리
나무는 회초리로부터 시작해서 큰 그루가 되고 가지를 내어 그늘을 드리우듯,
상록에서 배우고 깨우쳐 사회로 나가니!
작은 자리에서 시작해 큰 자리로 찾아가니 언제 어느 곳에 계시더라도
상록학교에서 숟가락 젓가락처럼 함께한 날들 잊지 말고
꼭 찾아오고 싶습니다,
이제는 헤어져야할 시간,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굳게 믿으며 앞날에 행운이 늘 함께 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 졸업식 송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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