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동문게시판으로 이동
|
 |
|
|
|
제목: 춘마 105리를 달리며- 윤인숙(151)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3-09-26 08:47
조회수: 2866 / 추천수: 672
|
|
|
|
춘마 105리를 달리며
윤 인 숙
뜀박질을 한 지 11년.
처음엔 10킬로를 시작하여 뛰었지만,
너무 힘들었다.
풀코스를 뛰는 이들이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건강이 안 좋아 시작한 운동이지만
여느 사람과 같이 나도 모르게 마라톤에 중독이 되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퇴근하고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
알람 4시 30분에 맞추었다.
잠을 청해보지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잠을 설치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오전 3시 40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구 조반 준비해 두고 모임장소로 갔다.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반가운 얼굴로 반긴다.
모두들 얼굴이 잠에 설쳐 푸석푸석하다.
차 안에서 인절미로 아침요기를 하고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가다보니
어느 덧 춘천에 도착했다.
2만3천여 달리미들이 기록을 내기 위해
나름대로 몸을 푼다.
우리 팀들도 훈련부장의 지도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어느 새 출발시간이 되어 간다.
사회자 개그맨 김동성의 맛깔스런 진행에 따른다.
각자 자기 대열에 나가 서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내를 벗어난다.
약 5킬로미터 지점에서 메이커페이스 4시간 40분대를 따라가 본다.
우와! 초반부터 달리미들과 휩쓸려 뛰다보니
너무 오버를 했다!
약 10킬로미터를 갔을까
발바닥이 찢어지는 듯 고통이 온다.
이를 어쩌나?
포기란 놈이 나를 갈등하게 만들고 있다.
어영부영 17킬로미터를 뛰었을 때,
도저히 뛰기가 힘들어 다시 갈등이 된다.
뒤에서 누군가가
“윤인숙 파이팅!”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선배님이 아니신가?
반갑기도 하지만 힘든 게 도저히 못 참겠다.
“근데 선배님 저 포기해야 할 거 같아요.”
하니, 선배님 말씀 하신다.
“이 사람아. 여긴 전철도 없어! 얼렁 따라와!”
하신다.
‘맞다. 여긴 응급차 외엔 탈 것이 없다.’
다시 힘을 얻어 뒤따라 가다보니 선배님이 안 보이신다.
24킬로미터 지점 통과. 내 스스로 거의 다 왔다고
나만의 최면을 걸고 달리다보니 마의 30킬로미터 지점이다.
우,
온 몸이 분해되는 듯 다리 따로,
허리 따로, 머리 따로 너무 힘든 고통이 앞선다.
아! 다신 풀코스 안 뛴다고 몇 번이고
다짐 했건만 그러나 희열을 느껴본다.
음 왜냐면 남정네 달리미들도 힘이 들었는지
수십 명씩 스트레칭 하는 이, 누워 있는 이,
아예 걷는 이, 나보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에 위안을 받으며 희열을 느끼다보니
35킬로미터를 통과하게 됐다.
그러나 정말 다리가 떨어지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7킬로미터 남겨놓고 포기해야 될 지경이었다.
나 자신에게 순간 화가 났다.
이건 취미생활인데 벌써 이것도 못하면
앞으로 뭐든 포기 하는 게 습관이 될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든다.
‘내 인생에 아직까진 포기란 없다’란 각오가 나를 이끌어준다.
어느 덧 40킬로미터 지점을 지난다.
이윽고 다 왔다고 소리 한번 질러보고 스피드를 내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얼마 안 남은 거리일수록 더 길게 느껴진다.
골인 300미터 지점이 눈에 보인다.
주변에 서서 환호와 격려를 해주는 이가 있어 더욱 힘이 난다.
드디어 골인!
시간을 본다. 4시간 51분 37초,
최고기록 3시간 51분보단 한참 못 미치지만
그래도 완주 했다는데 의미가 있어 황홀하다.
취미생활 마저 포기하면 늦게 시작한 공부도 포기할 것 같아
의지와 인내로 끝까지 버티어 온 내가 대견하다.
| |
|
|
|
|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
|
|
지금까지   분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자료의 모든 권한은 상록야학에
있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