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그렇게 서 있더라
김 미 란
산행도 막바지로 접어들 즈음.
산정에 서서 멀리 올라오는 강바람을 쐬며
막걸리에 푸르스름한 계란을 안주삼아 먹자니
그렇게 군침이 돌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후일의 강화도 산행을 기약하기도 하며
둘둘 짝이 되어 도란도란 산을 내려오자니
문득 며칠 전 버스에서 스친 이야기가 생각났다.
<서울의 중심가 어느 곳에서 몇 십년간 새벽같이 장사를 하던 한 아주머니가 있었더란다.
가을이면 주변 사람들이 다들 내륙의 유명한 산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도 늘 여유부릴 새 없이 부단하게 삶을 살아온 그 아주머니가
어느 날은 고운 단풍이 그리도 그리웠더란다.
생활에 대한 우려 앞에서 계절을 바라보는 작은 소망은
오랜 세월 동안 아주머니의 발을 도시에 묶여있었는데,
그 어느 새벽 아주머니는 가게로 나가던 길에 참을 수 없는 간절함으로
시내 한 끝에 있는 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한다.
그리하여 도착한 끝자락에서 묵묵히 올려다보니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산은 그렇게 거기에 있었더라고 했다.
오랜 세월 걸려 돌아서온 그 산은
아주머니에게 힘들게 왔구나 말하며 그렇게 서 있었더라했다.>
단풍이 곱던 그 가을에 미소 가득히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일까.
많은 행복을 가진 우리이기에 더욱 함께 나누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지도교사 김미란(상록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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