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에도 그 색이 다 다름을!
총무부장 박 용 준
장맛비가 머무르다 지난 자리에 나무들이 한층 푸르러졌다.
마치 농익은 수박의 그 청테처럼 낯설도록 푸르다.
우리는 이 푸름을 봄날의 피어나는 연록을 보고도 나무가 푸르게 싹을 내었다 하고, 여름의 휘청거리는 청록을 보고도 푸르다 하며, 높게 갠 가을하늘 원숙미 넘치는 갈청록을 보고도 푸르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푸름 하나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찾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자연을 감상하고 느끼고 더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여유를 누리는 삶이렸다.
그 속에는 여백도 있고, 부대끼는 긴밀감도 있다.
더욱이 더 높이 자라 세상을 기웃거리고 참여하려는 자연의 푸르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이다.
지난 2013년 한해를 뛰어 넘고 2014년 인제야 교지 푸른그루 25호가 긴 탄생의 울음을 울어내었다.
참으로 교지 발간에 있어서 여러 제언이나 반론도 많았다.
더러는 글을 쓰고 싶어도 뒤에 들려오는 잡음이 싫다고 마다하는 분들도 있었다.
진심으로 말하자면 힘에 부치는 시련이라고까지 느끼면서 25호 이름을 짓는다.
하지만 나무에 푸름이 각기 다른 것처럼 상록에서도 가르치는 모습이나 생각의 테두리가 모두 다를 수 있다.
얼굴이 모두 다르고 생각의 무늬가 다 다른 것처럼 상록에서 내는 소리도 다 다름을 알고 있다.
이번 교지에서는 이렇게 각기 다른 소리를 다각도로 받아서 하나의 울림통에 교향악처럼 내보려 하였으나 이에 미치지를 못했다.
인터넷이나 영상매체 모바일 등 수많은 언로가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먹 향기 묻어나는 교지 푸른그루의 목소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생각하게 하는 시간 들이었다.
다분히 드러내어 인기에 영합되고, 주제와 상관없이 읽히는 베스트셀러들만이 얼굴을 알아주는 세상만은 아니다.
들녘에 자라나는 작은 꽃다지 한 뿌리에서 피어나는 향기에게라도 세상을 이루는 주체적 삶이 있다.
나무가 푸름에 각기 모양이 조금씩 다르듯이 우리 상록의 목소리에도 분명 각기 다른 모습이 있다.
이런 가운데 나무가 푸르듯이 상록 안에서의 봉사라는 것이 그 추구하는 가치가 각기 다른 푸름처럼, 우리가 다 같이 지닌 손가락에도 서로 다른 지문을 가진 것처럼 다름을 인정하자.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그림자를 비춰 보이더라도 모두 그 빛 안에서 살게 되는 것처럼 마음 넓게 상대를 안아주고 쓰다듬는 봉사를 추구하자.
이끄는 자, 따르는 자 모두가 앞에 찍힌 발자국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음을 안다.
묵묵히 각자의 위치와 가치관이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으로, 즉 태양의 공전을 따라 생활을 영위하듯 우리의 이야기 방향만은 같은 곳에 머리를 두고 들어주자.
올해는 교사님들의 글이 많지 않아 책으로 내놓기 부끄럽다.
선생님들의 참여가 꼭 필요한데!
하지만 혼신의 힘으로 자신의 생각을 깔끔하게 제시한 몇몇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살아 움직이는 상록을 더욱 유기적이게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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