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모의수업 2009년 8월
분류: 모의수업
이름: ∞철
등록일: 2009-08-11 17:36
조회수: 1934 / 추천수: 233 P8120142_resized.jpg (191.4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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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3교시에 영어과목으로 모의수업을 했다.
사실 남을 가르친다는 경험은 내게 생소한 일이다.
나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을 준비하던 한 10년 전 방학 때
한 대학 친구가
자신이 학원에서 사회팀을 짜 강의를 하려 하는데
윤리과목을 가르칠 사람이 없으니 꼭 좀 도와달라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윤리를 잠시 맡아 두 달 여간 가르쳐본 적이 있다.
당시 처음 윤리과목을 맡아 학원에서 가르치려니,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가장 쉽다고 느낀 그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1시간이
왜 그렇게 길고 힘들게 느껴지던지
수업을 마칠 때마다
몸에 기운마저 빠지고 현기증까지 났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같은 학원에서
매일 그것도 심지어 새벽부터 밤까지 거의 매시간 강의가 배정되
강의를 하던 인기강사인 한 친구의 학원수업시간표를 보고
그 친구에게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누구나 하면 다 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워했던 일이 있다.
나는 서울의 우이동 언덕 따위도 잘 못 오르지만
어떤 사람은 에베레스트산도 올라가곤 하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도 되지만,
매번 1시간 강의만 마쳐도
파김치가 되어 어지러움을 느끼던 나로선
그 친구의 학원 수업시간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당시 나는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논문을 준비하던 입장이어서
이번 기회에 이왕이면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넣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강의를 준비하곤 했다.
그러나 매우 정성을 들여 강의내용을 준비했건만
점점 강의 시간이 지나 갈수록 조는 학생들이 많아지더니
급기야 2주가 지나자 아예 학생들은 내 앞 과목 시간이 끝나면
모두 일제히 학원교실을 떠나 버리곤 하렸다.
덕분에 한 2주 지나고는 강의시간이 되어도 더는 고생하지 않고
음료수를 마시며 편히 대기실에서 쉬게 되었지만
팀장을 비롯한 동료 강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
그래서
한편으론 수능을 앞두고 급한 마음으로 학원에 찾아온 학생들의
희망과 눈높이에 강의내용을 맞추지 못한 나를 반성하고,
다음에 새로 학생이 모집된 1달간은
매번 학생들이 제일 관심을 갖는 수능 문제들과
문제 푸는 요령에 초점을 맞추고 강의를 시작하고
처음 정말 내가 해주고 싶었던 강의 내용들은 학생들이 눈치 못 채게
30초씩 곳곳에 끼어 넣어 수업을 진행하는 기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1달은 학생들이 졸지도 않고
수업전에 모두 미리 도망나가는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고
내 개인적으로도 나름대로 목표를 성취했다고 만족할 수 있게 되고,
그달 강사들 종합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집과 거리가 너무 먼 학원에서
강의를 계속하기에는 너무 힘이 부치다고 느낀 나는
짧은 강사활동을 그만 두고
원래의 내 본업으로 복귀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우연히 전철을 타고 가려다 상록야학을 발견하고
그간 내게는 여전히 생소하게 남아 있는
교사활동을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윤리를 가르치면서 내가 그 때 느낀 것은
남에게 아무리 쉬운 내용이라도
하나를 가르치려면 내가 그에 관해
백 이상 가는 내용을 철저하게 알고 익혀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남에게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공부를 하면 그 과목은
정리가 잘 되고 기억도 잘 되는 경험을 그간 많이 가져왔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야학에서 교사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무언가 또 다시 철저하게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의욕이
생기게 되었고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야학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뚜렷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야학에 관해 검색해 찾아보니,
처음 상상과는 달리
야학에 나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환경이 어려운 고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아니라,
주로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아마 이분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여러 사정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현실 생활에 뛰어들어 생활에 전념해 오다가,
이제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을 조금 보충하려
야학에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만일 내가 영어과목을 선택하면
이 분들이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또는 한국내 일상생활이나 또는 사업관계 등으로
외국인과 조우하게 되는 상황을 비롯하여
어느 상황 어느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문장
몇몇을 준비하여
이들 문장으로 영어를 가르치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하고
영어과목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 이 분들이
일반 청소년들처럼
수능이나 검정고시를 정식으로 대비하여
공부를 한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좀 자세하게 사정을 알게 되자
이들 학생분들이 대부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또 합격률도 8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수업을 참관해
실제 학생분들이 공부하는 내용도 지켜보고
또 한편 최근 출제된 검정고시 기출문제도 함께 살펴보게 되자,
내가 영어 과목을
선택한 것이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2년 동안 영어를 가르쳐
검정고시 영어과목을 통과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편
영어과목을 가르치길 희망하는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내가 맡을 과목을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으로 바꿔 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모의수업을 앞두고
갑자기 어떤 과목을 새로 준비해야 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나중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몇 달간 준비해온 영어과목으로 모의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강의내용은
영어 비교구문에서 가장 기본되는 문장 6개를 가지고
20 분간 수업을 해보았다.
수업을 마친 후
선배 선생님들은
우선 강의프린트 글자크기가
나이드신 분들이 보기에는
너무 적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실제 영어를 담당해 가르치시고 계신 김용택 선생님께서는
수업내용을 좀 더 쉽게 그리고 반복을 많이 하여
쌍방향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해주길 부탁하셨다.
그리고 교육학을 대학에서 강의하시고 계신 한명수 선생님께서는
교육전문가답게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또 칠판 글씨도 강의목표에 맞게 적절하게 해줄 것을
주문해 주시는 등
다각도에서 교수방법을 많이 지도해주셨다.
선배 선생님들이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귀중한 레시피를
아낌없이 알려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사실 초입자들이 이런 레시피를 하나 익히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쓰라린 고초를 겪어야 할 것인가?
선배님들의 정성어린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린다.
수업을 다 마치고
나는 앞으로
영어과목외에 어떤 다른 과목을
찾을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과목이 찾아지지 않으면
여기서 포기하고 그만두거나,
아니면 영어를 맡아야 하는데
사실 앞에 놓인 과제를 생각하면
이 숙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진다.
사실 나는 영어과목을 그다지 잘 못한다.
영어로 자유로이 내 의사를 표현하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을 느낄 뿐 아니라,
사실은 한국어 역시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말을 잘 하려면 우선 어떤 내용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또 알더라도 남이 그것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서
장애나 어리석음으로 말을 잘 못하여 겪게 되는 어려움보다는
때로는 상대에게 할 필요가 없는 말,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하면 절대로 안 되는 말들을
거침없이 하고 나서,
그로 인해 나중에 엄청난 화를 당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앵무새처럼 뜻도 없는 수많은 말들을
재잘거리며 어설프게 말을 잘 하려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화를 불러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말은 못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그간 언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아왔고
사실 그동안 큰 불편없이 살아왔다.
특히 외국어인 영어는
말이 갖고 있는 이런 일반적 어려움외에
단어 문법 표현방식 등이 모두 한국어와 또 달라,
영어를 통해 자유자재로 의사표현을 하고 알아듣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일찍이 포기하고
그간 아주 편하게 살아왔던 나였다.
사실 그간 영어책에서 대하게 되는
수많은 문장들은
모두 소음과 같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문장을
앞으로 내가 다시 쓸 기회는
거의 오지 않으리라 생각해왔고,
또 현실적으로
나는 거의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외국여행을 다니건
외국사람을 만나건
말할 필요가 있는 문장은
아무리 많이 추려도 20 문장을 채 넘지 않고
또 상대로부터 귀담아
알아들을 필요가 있는 문장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실제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각 전문 분야의 최전방에서
외국인과 직접 상대하여
최고의 첨단 지식과 정보를 얻고 교류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전문분야에 걸맞는
최고 수준 즉 해당 분야의 전문용어를 자유로 구사하면서
동시 통역수준에 이를 수 있는 고급 외국어 능력이
필요함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언젠가 내가 병원에 반드시 갈 것이고
따라서 의사와 언젠가는 한 번은 만나야 하니,
모든 의학용어를 미리 다 잘 알아야 한다고
모든 의학용어들을 모조리 미리 다 외우려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인이 갖는 영어 강박증은
거의 이런 심리처럼 조금은 지나치다고 본다.
어원을 통해 미국인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희귀단어를 몽땅 외우려 하거나,
심지어 가족간의 집안 생활에서나 쓸 기본회화마저도
영어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밥 먹고나서는 양치질을 해야 된다는 말도
영어로 표현하거나 알아 듣지 못하면
걱정하게 된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조직 깡패의 거친 말이나
말장난에 가까운 말들까지 다 못 알아들어서
온 국민이 다들 조바심을 내고 안달하는 것은
조금 증세들이 심하다고 본다.
어린지건 오렌지건 오린지건
원하고 사고 싶을 때는 하무마치이즈디스, 잇스투익스펜시브, 기미디스 플리즈,
라고 말하며 돈 주면 다 살 수 있는 걸
왜들 다 미리 신경강박증에 걸려서 사는지
사실 외국을 여행해보면 현지언어를 많이 잘 알면
남보다 더 편하고 요령있게 잘 다닐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치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운전 못하는 사람보다
편하게 여기저기 잘 다니며 구경할 것 같지만,
사실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경치구경도 더 많이 하고 즐겁게 여행을 더 잘하고 다니는 것처럼
사실 여행이나 생활에는
능통한 외국어능력이 오히려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물건 안 사고 시끄럽게 하다가 그냥 나간다고
종업원들끼리 한국인 욕하는 소리가 일일이 신경에 거슬리고,
유색인종이라며 조롱하여 저희들끼리 욕해대는 소리까지 다 알아듣고
그 때마다 속이 끓는 것보다는
그런 말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상대의 거친 말에도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탱큐와 나이스투미츄를 외치며 반갑게 웃고 지나가는
관광객이 되면 오히려 더 안전하고
즐겁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아무리 문법책과 회화책을 보아도
실제 그 말과 유사한 표현을
외국인을 만나 표현하고 대화를 주고받을 필요성과 가능성은
나로선 전무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생각 끝에
그런 쓸데 없는 문장들을 외우느라 애쓰는 고통을
그 동안 잘 피하면서
잘 지내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거꾸로 그런 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더 나아가 거의 나로선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지는
검정고시 영어과목을 이분들이
통과하게 만드는 일을 하려고 생각하니
고민이 앞선다.
사실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분들을 대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을 하는 것은 좀 심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don't doesn't 구별이 잘 안 되는
과거의 우리 어머님을 연상시키는 분들을 상대로
1, 2년 영어를 가르쳐
영어과목 검정고시에 합격시킬 비결을
찾아낼 길이 나로선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운 상태로
뒷풀이에 참석하였는데
선배선생님들은 나의 이런 고민에 대한
마지막 해결책이 되는 레시피를 잊지 않고
꼼꼼히 챙겨 주셨다.
그리고 그 비결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과목을 미리 포기 변경하지는 말고
1지망 과목으로 영어를 좀 더 계속 유지하고
남은 수습기간을 보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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