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사람들
교사 양 인 옥
교지에 실은 글은 몇 번 적어봤지만
오랜만에 바쁘고 정신없는 요즘,
요청받은 글로 주제를 잡는 것부터가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마
어떤 내용을 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한 달은 보냈던 것 같습니다. ^^;;;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결론지은 바로
저는 이 글을 통해 상록의 많은 분들의
감사한 기억을 떠올려 보기로 했습니다.
야학에 온 지 벌써 5년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입 시절의 열정은 줄고,
귀차니즘만 늘어
교사로서의 자질은 줄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힘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감사하고 소중한 인연들이 저의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야학에 들어왔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특히 정신적인 지지를 해주신 분들은 저의 동기들입니다.
지금도 함께하는 분들 중에
특히나 늘 아빠같이 챙겨주시고 아껴주시는 영영 샘과,
터프한 듯 알고 보면 귀여운 동생 소영 샘이
바로 가족같은 저의 동기들입니다.
5년 전
처음 수업을 시작했을 때를 잠깐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고3반을,
그것도 제가 원했던 과학이 아닌
수학 수업을 맡게 되어 막막했을 때,
제 수업의 갈피를 잡아
함께 수업을 해 나가셨던 동철 샘이 계셨습니다.
아마 첫 단추 잠그는 법을 잘 배운 탓인지,
그 당시 어렸던 저는
금방 방향을 잡아 첫 학생들과 함께했던 1년을
무탈히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 졸업하실 때가,
아마도 제 야학생활에서 가장 감격스럽고
뭉클했던 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수업을 3년 정도 하고는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담임 제의를 받게 됩니다.
하고 싶은 마음도 반이었고,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부족한 제가 하기엔
벅찬 일이란 생각에 거절하고 싶은 마음도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제의를 해주신 재훈 샘과
한 명의 담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의했을 때
쿨하게 OK 해준 동갑내기 형준 샘 덕분에
지금껏 긴 듯 하나 짧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담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제의가 없었다면
스스로 뛰어들지 않았을 담임이라는 자리를 경험하게 해주어,
그리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잘 이해해주는
두 담임 선생님께 감사하단 말을 글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이런 계기로 저는 지금껏 함께 공부하고,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있는
고3반(고26회)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분 한 분 떠올려 보면,
언젠가 수준 높은 질문으로 제
머릿속을 흐트러 놓던 똑순이 김경순 어머님,
소녀 같은 수줍음으로 질문도 쑥스러운 듯하시는 김경화 어머님,
대답도 질문도 언제나 씩씩하신 김귀례 어머님,
자제분들과 이메일을 쓰고 싶다며
자판 연습에 열성을 보이시던 모습이 감격스러웠던 김명옥 어머님,
애교 많은 젊은 피 김선희 어머님,
맛있는 수제쿠키를 선물로 주시던 재주 많은 김영숙 어머님,
뒤풀이 자리에서 그렇게 발랄하게 바뀌시는 김은례 어머님,
욕심 많고 그만큼 정도 많으신 김정임 어머님,
당차면서 가끔은 덜렁거리는 게 매력인 박종선 어머님,
발랄한 분위기 메이커 배선희 어머님,
리더십과 책임감을 고루 갖춘 변종주 어머님,
학교에 자주 못나오는 걸 그렇게도 죄송해하셨던 착한 마음씨의 송순옥 어머님,
관심 표현을 터프하게 하시는 카리스마 있는 신귀자 어머님,
다리를 다치시고 상록에 열정을 보이셨던 모범생 신현숙 어머님,
순수한 마음씨에 똑 부러지는 오명숙 어머님,
학급에 없으면 안 될 귀엽고 정 많은 봉사 으뜸인 우상문 어머님,
다양한 지식을 고루 갖추신 유은자 어머님,
쿨하고 꼼꼼한 성격의 이기순 어머님(얼른 완쾌하시길.),
차분하여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실력자 이순준 어머님,
“아이고, 선생님~”으로
수업시간을 중간 중간 메워주시는 화통한 이연희 어머님,
춤과 문학의 천재 이정애 어머님,
아이 같은 말투의 귀염둥이 정순희 어머님,
친절하고 여린 마음의 조분남 어머님,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의 한창순 어머님,
우리 반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남을 위한 배려가 깊고
어떤 일에서도 적극 도와주시는 고마우신 황환호 아버님.
이렇게 나는
제각각의 매력을 갖고 계신
26명의 예쁘고 발랄한,
때론 웬수덩어리(?)로 돌변하기도하는
학생분과 부대끼며 2년째 함께하고 있습니다.
늘 부족한 담임이자 수학 교사인 저에게
수업 중간중간 보내주시는 미소와
손에 쥐어주시는 소소한 간식거리,
그리고 정이 가득한 멘트와 사적인 자리에서
늘 부모님처럼 챙겨주시는 따뜻함 때문에
저의 지친 일상을 날려주시기도,
때로는 힘든 시간을 다독여 주시기도 한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
독감에 걸려 콜록거리고
체력이 떨어져 지친 몸을 이끌고 야학에 나오시지만
그 와중에도 교사들을 걱정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가장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밖에도 오랜 시간 상록을 지켜주신
용준 샘과 기연 샘,
담임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계신 동병상련 수연 샘과,
만나면 수다를 몇 날 며칠이고 떨 수 있을 것 같은 연호 샘,
저의 못 볼 꼴을 여러 가지 보시고도 친하게(?) 지내주시는 재현 샘,
제 멘티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저의 멘토같은 기백 샘,
늘 저와 함께 수학 수업을 맞춰나가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수학의 1인자를 꿈꾸는 종현 샘,
제게 인생 최고의 애칭을 불러주신 태선 샘,
만난 지는 얼마 안됐지만 동생같이 친해진 예라 샘,
은근히 애기 같은 민석 샘,
내가 생각해도 멋진 커리어우먼 미나 샘,
야학에서 찾기 힘든 후배 준우 샘,
2년씩이나 교무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예쁜 순한 샘,
비어(BEER) 선양 샘,
아들과 너무 닮아 부러운(?) 상철 샘,
회기역 파전집에서의 뒤풀이를 떠올리게 해주시는 종훈 샘,
하이파이브 친구 창영 샘 등등….
개인적으로
감사한 선생님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석인 샘과 영심 샘,
아주아주 예~쁜 아기와 함께할 앞으로의 인생을 축하드리고,
상훈 샘과 다울 샘은 앞으로도 늘 행복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여전히 상록에 존재하고,
제 생활 안에서 상록이 늘 함께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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