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이 정 애
우리 집 꽃들은 모두 버려진 고아 식구들이다.
오며 가며 주어다, 얻어다 키운 버림받은 못 생긴 모습들이다.
하지만 늘 관심을 갖고 물을 주고 다독였더니 나날이 예뻐진다.
그런데 올해는 화초식구들이 너도나도 시샘 부리듯 꽃을 서로 피웠다.
다 죽어가던 선인장에도 붉은 한 송이를, 군자란에서도, 쑥쑥 잘 자라는 물란에서도…….
한 녀석은 씨앗에 하트가 새겨있어 사랑나무라 이름 붙여주고 심었더니
한 쌍이 어찌나 다정하게 서로서로 버팀목이 되어 잘도 크는지 기특하다.
베개 속을 하려고 사온 메밀껍질을 거름이라고 주었더니
물 빠지라고 뚫어놓은 구멍사이로 메밀이 삐죽 내밀더니만
그 모진 생명력에도 꽃이 피었다.
나를 즐겁게 나를 아이로 만들어주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식물들이다.
생명의 존귀함도 배우고 사물과 얘기하는 순수함도 꽃들에게서 터득한다.
특히 요즘 내 관심사는 행운목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개업선물로 받은 것인데
반쯤 얼어 볼품없어진 것을 잘라내고 집으로 옮겨 왔었다.
몇 년을 힘들게 회생하더니만 올해는 꽃을 피운 것이다.
행운목이 꽃을 피우면 집안에 경사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쑥 튀어나온 대공을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참 생각할수록 웃음이 난다.
독특하게 생긴 꽃봉오리가 어찌나 실하고 탐스러운지 그 뿐이 아니다.
향기는 문 밖에서부터 나를 유혹한다.
온 집안 구석구석 향기로 가득 찼다.
밖에서 돌아오면 향기 맡느라 바쁘다.
“으음! 향기로워라. 고마워 행운아!”
아기 털모자 방울처럼 펑펑 터진 별송아리 아리아리 모습들이
무리지어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밤이 되면 은근히 번지는 향기와 별빛은
아침이면 또 다른 향기로 나를 황홀하게 한다.
뚝뚝 떨어지는 눈꽃 같은 액체는 꿀처럼 달다. 영락없는 단술 향이다.
지는 꽃잎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은 제사상에 으뜸으로 식혜밥풀 형상이다.
오! 가엾은 영혼,
삭히고 삭힌 가슴앓이 울분이 행운목으로 돌아왔네.
내 가정에 평화를 두고 가니 서로서로 평화를 누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새삼 다가왔다.
“그래요, 그럴게요. 좋아서 웃고 행복해서 우는 나. 내가 바로 행운목이네요.
그럼요. 탄탄 튼튼한 행운목이 될게요.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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