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項羽) 이야기 2
국사교사 이 길 현
흔히 사람들은 항우를 글을 모르는 무식한 인간으로 생각하는데,
초나라의 귀족출신 집안의 항우가 글을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책 읽기보다는 실천적인 용병술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것 같고,
할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진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항우에게는 책읽기가
사치라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항우가 책읽기에 흥미를 느끼고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학자들의
저술들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었다면 항우와 유방의 대결은 좀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거나,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났을 지도 모를 거라는 진단도 있지만,
아마도 그 시대의 상황이 항우로 하여금 책읽기에 몰두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항우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고 자신감에 차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항우본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정확한 판단과
대담한 행동을 바탕으로 추종세력의 지지를 얻어 24세에 군대를 일으켰고,
세력을 넓혀나가던 그는 27세에 여러 제후들로부터 ‘
서초패왕(西楚覇王)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그 후 4년 동안 한의 유방과 천하를 다투게 되는데,
결국은 31세에 마지막 해하(垓下)의 전투에서 패하여 오강(烏江)에서
자살함으로써 최후를 마치게 된다.
이러한 항우의 일생을 현대중국의 역사가는 대기대락(大起大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2017 정월의 어느 날, 문득 아직도 거짓과 위선이 진실을 가장하는
이 시대에, 짧은 생이지만 평생을 거짓 없이 당당하고 호기롭게 살았던
항우를 생각하며, 지금 우리 시대의 또 다른 항우를 기다려 본다.
力拔山 氣蓋世 역발산 기개세
時不利兮 騅不逝 시불리혜 추불서
騅不逝兮 可奈何 추불서혜 가내하
虞兮虞兮 奈若何 우혜우혜 내약하
※ 추(騅): 항우의 명마, 오추마(烏騅馬)
※ 우(虞): 항우의 애첩 우희(虞姬)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었으나 때가 이롭지 않으니
추(騅)가 달리지 않는구나. 추가 달리지 않으니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우(虞)여, 우여, 장차 어찌 하면 좋단 말이냐.
< 해하 전투에서 패배한 후 항우가 우희와 술을 마시며 불렀던 노래>
□ 항우: 기원전 232년에 태어나서 기원전 202년에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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