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만난 날
고3 한 창 순
오늘은 어머니의 여덟 번째 제삿날이라 친정집에 갔다. 9년 전 오늘 아버님, 어머님 두 분이 사시다가 어머님께서 76세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침에 넘어지신 일로 심장 마비가 되어 돌아가신 듯하다. 빨리 큰 병원에 가셨다면 사셨을지도 모르는데! 자식들이 같이 살지 않아 변을 당하셔 더욱 죄스럽다.
아버님께서 아침 일찍 들에 콩을 걷으러 갔다 오시니 어머니께서 화장실에서 넘어지셨더란다.
나 죽겠다고 하시며 구토를 하시니 체한 줄 알고 전에 다니던 병원에 두 분이 가셔서 종일 링거 꼽고 계시다가 약 지어 주며 집에가 주무시면 낫는다고 해서 집에 돌아오셨단다. 그날 저녁에 전화드릴 일이 있어 전화하니 하시는 말씀이셨다.
어머니 말씀이 “가슴이 아파 죽겠다. 잠도 못 자겠다. 나 죽으면 늬 아버지 불쌍해 어쩌니!”하신다. “주무시고 나면 낫겠지요.” 위로 삼아 말씀드렸다.
하지만 모든 정황을 되돌아보니 영 미심쩍고 불안했다. 큰 병원에 가셨어야할 걸. 넘어지셨으면 뇌진탕이 아닐까? 구토를 하셨다는 것이 영 체한 것이 아닐 텐데! 남동생도 광주 어디에 있다는데 연락도 안 되고, 그때라도 이천 집에 달려갔으면 어머니 마지막 모습이라도 뵐 것을 그런 생각도 못했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30분이나 지났을까?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앞이 캄캄한 소식,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거다. 우리 내외는 사당동에서 총알택시를 잡아타고 허둥지둥 기사에게 길 재촉을 해 이천 집에 당도했다.
난 정신없이 아직도 따뜻한 어머닐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어머니! 어머니!’ 불러도 대답 없는 고통을 호소하던 때와 달리 어머니 안면은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으셨다. 난 울며불며 “몸이 이렇게 따뜻한데 누가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냐?”고 믿기지 않아 소릴 쳤더니,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 “얜! 내가 더 하지. 네가 더 하냐.” 하며 통곡 하신다.
그 당시 갑작스레 괴로운 진통을 호소하시며 나대셨든 어머니의 다그치는 죽음을 맞은 아버진 당황스러워 진땀과 눈물범벅이 되어 어찌 할 바를 몰라 쩔쩔매셨을 것이다.
불쌍한 어머니, 홀로 남은 아버지! 부둥켜안고 통곡해도 소용없는 일 세상에 이럴 수가 꿈엔들 생각하던 일인가? 그때 일이 눈에 선해 두 볼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눈물 없이 이 글을 쓸 수가 없다.
어머님은 그렇게 아버지 손을 거쳐 다시 오지 못할 세상으로 가셨다. 남들은 위로하느라 앓지 않고 가셔 복 받으셨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맏딸이고 부모님들을 어릴 때 기억으로 항상 젊고 한없이 살아주시리라 어리석게도 그렇게 믿었다.
나 살기 바빠 부모님들은 ‘나중에, 나중에’로 미뤄왔다. 받을 줄만 알았지 드릴 줄도 몰랐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할 도리도 못 하고 소용도 없는 후회만 합니다.”
조금이라도 잘 해 드릴 걸! 어머니, 지금도 돌아가시기 전 괴로워 호소하시던 어머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때 전화통화 음성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어머니, 미치도록 뵙고 싶을 때가 많았지요. 그러나 산소엘 가도 어머니 모습은 볼 수 없고, 말씀 한마디 들을 수 없었다. 어머님은 늘 그러셨지요.
“늬 열 식구 잘 사는 것만도 고맙지. 뭘 더 바라겠냐?”
아! 이 철부진 그 말씀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지요. 그리고 늘 뭐라도 제게 주고 싶어 하셨다.
“빈 몸으로 가져가지도 못하고, 남들은 차가 있어 잘들 실어 가던데, 너희도 차를 사서 끌고 와봐라!”
하시면서 뭘 주지 못해 아쉬워 하셨지요.
친정에 가도 반기시든 어머님 안 계시니 항상 쓸쓸하다. 아버지 계시니 가지.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 친정에도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동지간도 멀어지고 친정집고 멀어질 것이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살아생전 못 다한 후회 또 되겠지.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역시 불효를 하고 있다. 늘 근면하고 검소하시고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들의 삶을 본받아 지금까지 사느라고 살았다. 그러나 효도를 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앞으로 남은 여생은 부모님 바라시는 대로 잘 살아야겠다.
어머님!
오늘은 기쁜 소식 드릴 게요. 기뻐해 주세요. 제가 그리고 원했던 학교공부를 하게 되어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당당하게 중학교 졸업장을 받고 고등학교 수업도 하고 있어요. 아범도 저의 학부모가 되어 많은 이해와 도움을 주고 애들도 많이 도와줍니다.
옛날엔 감히 꿈도 못 꾸던 일이 제게도 이런 행운이 와 줘 행복한 나날, 희망차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저 못 가르친 자책,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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