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자존심과 홍콩 붉은 마천루8
계곡의 산그늘은 중국도 마찬가지로 평지보다 일찍 지게 마련인가,
해는 늬엿늬엿 갈 길은 멀고 나는 새들의 날갯짓이 바쁘다.
우리도 따라 다시 남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온다.
얼마나 달렸는가? 계곡과 봉우리만 빽빽하던 토굴을 벗어났고
어느 새 지금은 넓은 평야가 보인다.
역시나 한창 벼가 자라고 들판의 뭇 식물들은 아열대답게 푸르고 무성하게 쇠할 줄을 모른다.
벼농사를 주로 짓는 이 남부지역은 아열대 끝이라 1년에 3모작을 한단다.
1모작은 우수한 성질의 쌀로 밥맛이 좋고, 2모작 3모작 쌀은 가난한 사람이 먹거나
사료 등으로 사용하는 저질의 미질이 된단다.
내려오는 내내 이국의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을 하나하나 새기며 도착한 곳은
태평양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칠성담이다.
바다는 섬 하나 보이지 않고 그저 파도만 밀어대는 망망대해이다.
이 주변의 크고 작은 7개의 연못을 메워 터를 마련하고 공원을 조성하였단다.
남쪽 바다 끝, 전통복장을 한 악사가 한국인들이 우르르 지나자 우리를 부르기라도 하듯
우리 노래 아리랑을 연주하며 불러준다.
울컥! 문득 손발, 입이 절로 기억하고 내가 대한민국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넓고 푸른 바닷가 세찬바람, 낮은 구름 하얀 파도는 포말의 물방울이 되어 튀어 오른다.
지도의 푸른색이 되는 곳, 여기가 저 멀리 드넓은 태평양의 문이란다.
철조망 사이 군데군데 군사시설이나 포문으로 짐작되는 것들이 남으로 향하고 있다.
이국에 대한 객창감이나 흥도 잠시 다리도 아프고 노는 게 일이다 보니
서서히 힘도 들고 꾀가 나서 어렵게 느껴진다.
이래서 ‘노새노새, 젊어서 놀아’라고 노래로 간드러지게 불러댈까 알만한 하루다.
내일은 비가 오는 관계로 오늘 하나라도 더 보자고 가이드는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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