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교사교육
상록체험
안녕하세요. 예비교사 한민아입니다.
7월 14일 월요일 고 2반에서 상록체험을 했습니다.
계획상으론 7시 전에 도착해서 샘들하고 이야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러고 싶었는데요,
지하철이 내 맘대로 와 주지 않더라고요. 면접 때 서울 나오는 거 좋아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신재훈 선생님께 너스레를 떨었는데 사실 정말 멀긴 멀더라고요.
7시 20분 거의 딱 맞춰서 도착했습니다.
상록 체험하러 왔다고 했더니 토끼눈이 된 최윤호 선생님!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주셔서 고2반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네 분 정도의 어머님이 계셨고 수업 도중에 아주 젊어 보이셔서 예비교사인가?
잠시 착각했던 어머님이 또 한 분 오셨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최윤호 샘이 풍유법 설명하실 때 속담 사례들을 들면서
“어머님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니까요.”
라고 하시면서 어머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주셨던 점이고, 뭔가 모르게 수업 분위기가 편안해 보였습니다.
예비교사가 들어와서 떨리신다고 하시면서도 뭔가 어머임들과 선생님 사이가 아주 편안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였어요.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어머님들이 정말 완전집중해서 수업을 들으신다는 점입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에서 지렁이가 의미하는 바는? 하고 물어보셨을 때 어머님들이 저마다 “약자” “힘없는 사람” 등등 큰소리로 답하시는데 그 중에서 “아주 약자” 라고 하신 분 대답 듣고 뒤에서 혼자 빵 터졌습니다.
2교시, 한문 황기연 선생님 수업,
수업 막 시작할 때쯤에 아까 “아주 약자!”라고 하셨던 어머님이 돌아보시면서
“커피 한 잔 마실래요?”
하며 직접 한 잔 타주셔서 마시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수업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점은 판서하시는 게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한자를 한 자 한 자 정말 바르게 눈에 잘 들어오게 쓰셔서 덩달아 저도 깔끔하게 정성껏 필기했습니다.
서당 훈장님처럼 엄하게 하실 줄 알았는데 木, 林, 森, 순서대로 쓰시다가 木男女木 라고 쓰시고
“이 자는 무슨 자일까요?”
"뻔할 뻔 자"
인데 정말이냐고 어머님들이 그러시니까 빙그레 웃으시면서
“제가 만들어낸 한자”
라고 하셔서 처음부터 빵 터졌습니다.
하지만 덧붙여서 한자란 게 원래 이렇게 한자 한 자 한 자로 계속 만들어나가는 원리라고 하셔서 수업과 관련된 뼈 있는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자를 풀어헤쳐서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가 어떻게 결합되어 지금의 의미가 되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데 귀에 쏙쏙 들어와서 언제 이렇게 시간이 다되었나 싶을 정도로 홀딱 반해버린 수업이었습니다.
3교시는 원래 가정과학인데 선생님이 없으시다고 하더라고요.
아까 그 “아주 약자” 어머님이 “가정과학 선생님이 결혼해서 없어~”
라고 좀 아쉬워하시면서 저보고는 어떤 과목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중간에 사정 생겨서 선생님이 빠지면 이렇게 어머님들이 수업 결손이 생기는구나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4교시 미술을 3교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스테인드글라스, 원래 유리에 하는 것이지만 유리는 위험하고 가공하기 힘들어서 대신 코팅지를 준비해주셨습니다.
88올림픽 때도 활동하셨다는 이만익 화가라는 분의 그림이 그려진 코팅지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여러 가지 색깔매직으로 색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stained glass는 “얼룩진 유리”이란 뜻이지만 “유리색”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려운 단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해하기 쉽게 한 단어로 표현해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고른 건 호랑이를 타고 있는 도령이었는데요
왠지 잘해야 할 것 같아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어머님들께서 색깔 고르는 데도 아주 신중을 기하는 모습들이셨습니다.
어머님들 작품이 교실 벽면에 붙어 있었는데 자기 작품을 볼 때마다 뿌듯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체로 표현한 손 작품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전 시간에 배운 “양각”을 복습시키기 위해 칠판에 초성만 적어서 답을 이끌어내신 점,
“ㅇㄱ” 답을 맞히기 위해 애쓰시는 어머님들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4교시는 중2 영어 최원선 선생님 수업이었습니다.
열 분이 넘는 어머님, 아버님들이 앉아계셔서 고2반과는 또 다른 꽉 찬 풍경이었습니다.
뭔가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고요,
약간 긴장된 모습들이신 것도 같았습니다.
I agree with you. I don’t agree with you. 등등을 설명하시다가
“선생님이 아까는 수업 잘 됐는데 아 떨리네요. 아까 저 잘했잖아요. 아시죠?”
라고 하시니까 한 어머님이 맞장구쳐주시면서
“선생님이 긴장하니까 저희들도 긴장된다.”
고 하셨습니다.
다른 어머님이 갑자기
“지난번에 어디 수술했다고 하시지 않았냐?”
고 묻자 선생님이
“코 수술했다.”
“얼마 주고 했냐?”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긴 왜 하시냐?”
고 하면서 다시 수업으로 돌아왔는데 그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외부인의 등장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서로 풀기 위해서 어머님들도 선생님도 서로 애쓰시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수업 도중에
“여러분들 수준에 맞는 단어가 아니다.”
라고 하셨을 때 어머님들이 약간 자존심 상하지 않으셨을까 싶었는데 한 어머님이
“한번 예를 들어봐요!”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냥 저 선생님 왜 우리 무시 하냐?
고 속으로만 열 받았을 것 같았는데 선생님과 학생 간의 묘한 기싸움도 동기를 유발하는 자극제일 듯싶어 흥미로웠습니다.
[어그리] [디스어그리] 이렇게 발음을 한글로 적어주시는 점도 꼭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누구도 졸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시는 모습,
학생들과 선생님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뜻 깊은 상록체험이었습니다. ♧
<상록카페>에서 인용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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