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문집 - 시(詩)
동일로 연가
글둥지 박용준
잠이 깨 부산한 동일로에
이른 새벽을 살라먹고 나대는
바람이 아직 낯설다.
노근한 가지 푸른 생명 얻는가했더니
그만 사그르르
스치는 바람이 싫어 잎사래를 친다.
먼저 깬 버들이 솜바지 지어입고 나와 섰는데
지난밤 내내
가지들을 덮어 주며 수고하던 가로등 불빛은
인제 지쳤는가 잠이 들었다.
자욱한 황사운무를 헤집고
고통스러운 듯 집 한 채 이고 선
나무 한 그루
내 집 하나 장만하자고
잔가지 물어 날라 지어놓은 집
문밖에 내다보이는 서울하늘이 멍들어서
까치의 눈은 더욱 검어진다.
머리털 벗어진 까치의 노동이 안쓰럽다.
저만치 올려 두고
가냘픈 가지를 뻗어 감싸는
버짐나무 허리가 아프지만
이고 지고 감싸며
그렇게 하루하루 더불며 사는 게
나무이고 까치이고 서울이란다.
그 까치 물어 올리던 나뭇가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매만지며
제 집 한 채 지어두고
아침부터 오가는 손 어서 들라
챠커챠커 챠챠커커
싫어도 좋아도 여기가 고향
시작하는 봄이 아름답지.
서성이던 걸음 멈추고
꼭꼭 잠겨진 내 안에 문을 열어제낀다.
그리고 금속성 숫자판을
기억되지 않는 속도로 가만가만 눌러준다.
알전구
바알갛게 불을 밝히고
열하나, 열 둘, 다시 하나, 둘……
새벽까지 마음 태우며 기다렸을 내 집을 떠올리면서.
* 교무부장, 문예창작반, 글둥지 지도
아직 출근이 이른 아침거리, 새벽까치는 집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어 올리지만 그것은 걸려있지 않고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고 까치는 지칠 줄 모르고 몇 번이고 다시 물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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