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참으로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제 나이만큼은 되었을 상록야학의 목 간판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신입교사 OT때 읽었던, 이상훈선생님의 환영사중 ‘낯선 정’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왠지 어색하고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친근감이 공존하는 감정이랄까? 상록학교 곳곳에서 이 ‘낯선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철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중3 교실로 한송이선생님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살짝 긴장감과 어색함이 있었지만 어머니들(학생들)의 환한 환영미소로 ‘낯선 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김동철선생님의 수학수업을 듣기 전 어김없이 자기소개와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노래를 부를지 많이 고민이 되더군요. 어머님들을 생각하면 옛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아는 노래는 거의 없고...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던 노래가 나훈아의 ‘영영’이었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첫 소절을 불렀는데 두어 소절을 하니 가사가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당황해서 뻘쭘히 서 있었습니다. 어찌할 줄 몰라 우물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됐어요. 들어가세요.” 들어가라는 말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에게 구원의 말씀처럼 느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니 무안하기도 하고, 미안시럽기도 하고.... 여튼 하나의 큰(?)고비를 넘기고 1교시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3학년반인지라 이번 검정고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업은 문제풀이로 진행되었고 수업은 사뭇 진지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동철 선생님의 숙련된 수업진행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담과 여유, 그리고 집중을 적절히 섞어 진행하시는 수업이 참 배울게 많은 부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2교시 국사선생님께선 사정이 있으셔서 수업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김동철 선생님의 수업을 두 시간동안 듣게 되었습니다.
3교시는 이상철 선생님의 물리시간이었습니다. 이상철 선생님의 수업 때 느낀 점을 말한다면 ‘차분한 수업(?)’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박자박한 말씀과 학생들의 이해정도를 틈틈이 살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4교시는 정다울 선생님의 국어시간이었습니다. 국어를 지망한 저로써 약간의 기대(?)와 호기심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해서 국어과목을 좋아했던 기억도 되살아났습니다. 수업은 문제풀이여서 중요한 요점을 짚어 가며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알려드리는 것도 좋지만, 정해진 시간과 학생들의 받아드리는 정도를 고려해 중요한 요점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정다울 선생님 수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기전 날벼락 같은 쪽지시험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이 긴장되더군요. 우물쭈물, 끄적끄적, 시험을 보고 은폐하려는 시험지를 정다울 선생님이 냉정히 회수해 가시더군요.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송구스러움과 부끄러움에 정다울 선생님을 피해 다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더군요.
수업시간 내내 어머니들의 또랑또랑한 대답이 많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질문하시면 스스럼없이 답변하시고, 기억을 되살리시는 모습들이 마음에 깊이 남더군요. 모두 생활에 바쁘셔서 피곤하시고 힘드실 텐데, 밝게 웃으시며 수업 받으시는 모습이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얼굴들은 아직 낯설고 어색했지만 수업을 받으시는 열의적인 모습들을 통하여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낯선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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