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모둠수업, 나는 이렇게 했다!!_2007 신입교사 김소영
분류: 모둠수업
이름: 태풍보현
등록일: 2008-07-23 20:30
조회수: 1812 / 추천수: 248
'참 감사하다'
김소영
모둠활동 체험으로 박용준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문예창작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중, 고등학교 때 나름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참관할 모둠활동을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간혹 너무 내가 확
신에 차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고민을 잠시 했었지만 문창반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로 향하게 되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들어간 문예창작반이 첫 발을 디뎠을 때 왜 그리 떨리던지...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상록이었지만 아직도 무슨 일인가 처음 하려면 참 많이 망설여지고 가슴 떨린다. 나 외에 예비교사 2분
이 계셔서 편했었지만 그래도 안면이 트인 학생분들이 없으셨던 관계로 조용히 수업시간을 기다리게 되
었다. 박용준 선생님이 들어오시기를 기다리면서 오늘 이 곳에선 어떤 활동을 할지, 나도 글을 써야하는
것일까에 대한 뒤늦은 후회가 가슴 깊이 박혔다.
박용준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나서, 숨가쁜 모둠활동 시간은 진행되었다. 다른 모둠활동 선생님들께선
어떠셨을지 모르겠지만, 문예창작반의 경우 매우 촉박한 시간에 쫓기는 듯 했다. 우선 선생님께서 들어
오셔서 오늘 모둠활동 시간에 진행할 자료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셨다. 이 날의 주제는 <관심편지 쓰기>
였다. 작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한 사람씩 그 종이를 뽑아, 종이에 적힌 이름의 상대를 향해 그동
안에 하고 싶었던 말들 등을 편지에 적어 보내주는 것이었다. 이 날의 주제를 듣고 곤란했던 점은 내 이
름이 걸린 학생분에 대한 죄송함이었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실텐데 다른 글 쓰기보다 더 힘든 글쓰기 주
제가 되셨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모르는 어머님이 선택되어서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
민하다가 그냥 예비교사 실습을 받으면서 느꼈던 상록의 느낌에 대해, 늦은 밤까지 학교에 나오셔서 학
구열을 불태우시는 학생분들에 대한 글을 써내려 가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 아니 창작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려도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
많은 고통 속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글이 탄생된다는 가정에서 볼 때, 문예창작반의 모둠활동 시간은 시
간이 촉박해 보였다. 진행을 하시는 선생님께서도 시간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시면서 모둠활동 진행
을 하게 되셨고 학생분들도 타인을 향한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짧다고 생각했다. 짧은
편지글이지만 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단순히 '짧은' 편지글에만 국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편지글 쓰기 시간이 마감 끝나고 나 역시 내가 선택한 학생분께 편지를 드렸고 다른 학생분으로
부터 편지를 받았다. 나에게 편지를 전해 주시는 어머님께선 굉장히 쑥쓰러운 표정으로 주셨다. 창작이
란 것이 그래서, 나 혼자 글 쓸 때는 내가 톨스토이나 윤동주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막상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참 내가 작아보인다. 하물며, 편지글이었다. 받는 나도 송구스러웠고 주시는 어머님도 부끄러우
셨던 듯 했다. 아무튼 그 때는 너무 경황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편지를 받은 후 제대로 내 느낌을 느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야 겨우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졌고 혼자서 이 편지를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다. 고 3반 어머님으로 부터 받은 편지 글인데 읽어 내려가면서 느꼈던 것
은 '참 감사하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되려 배울 것이 많은 나의 처지에 감사하다는 말로 편지를 가득
채우셨다.
모둠활동이 끝나고 간혹 편지를 몇 번씩 읽어 내려갔는데 그 때마다 상록학교는 서로가 감사함을 주거
니, 받거니 하면서 그렇게 정겨운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둠활동으로
문예창작반을 참관해서 참 좋은 것을 얻고 나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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