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隨筆) - 삶과 이야기
화물칸 수학여행 2
고 15회 동문 수필가
송 옥 영
그럼에도 마음은 헬륨풍선 같았다.
초저녁부터 아이들은 역 근처에 살고 있던 반장네 집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마지막으로 베보자기로 둘둘 만 도시락을 옆구리에 끼고 경식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평소처럼 검은 바지에 흰 저고리와 조끼차림이었다.
양조장집 아들 성모를 제외하곤 입성들이 대부분 그대로였다.
자정을 넘긴 시각, 아이들은 역 홈에 나가 목을 빼고 열차가 들어 올 방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검은 머리를 풀어 헤친 기차가 ‘꽤액’ 경적을 울리며 역으로 들어왔다.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칸이 줄줄이 지나고서야 맨 뒤쪽에 칸막이 검은 화차 한 대가 달려 있었다.
아무리 살펴도 사람이 탈 객실은 보이지 않았다.
열차가 서자 역무원이 손전등을 들고 뛰어왔다.
칸마다 일일이 불빛을 비추며 지나가다 맨 끝 칸막이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는 긴 쇠막대를 문짝에 대고 힘껏 힘을 주어 밀어 제겼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철문이 한쪽으로 밀려났다.
차안은 불빛 하나 없는 칠흑이었다.
숨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게 너희가 타고 가야할 기차다.
화물차라 의자가 없으니 넘어지지 않으려면 서로 등을 맞대고 옆 사람의 옷자락을 잡고 서있어야 한다.”
어리둥절해 있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선생님과 역무원이 번쩍 들더니 한 명씩 괴물 아가리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천천히 열차가 움직였다.
모퉁이를 돌아갈 때면 기차도 함께 몸을 뒤틀었다.
그때마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며 우르르 넘어졌다.
여자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옆 친구 옷자락을 잔뜩 움켜잡았으나 둘 다 쓰러지고 말았다.
며칠 동안 구름 위를 날던 기분도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기차가 어디쯤 지났을까. 제법 어둠이 익숙해진 듯 깔깔대는 여자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경식이가 또 익살주머니를 풀어놓은 모양이다.
녀석은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어 입만 열었다하면 애들이 웃는다.
웃음의 조각들이 빛으로 변한 듯 컴컴했던 차 안이 한결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기차 철문사이로 희부연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 저어….”
채 말끝을 잊지 못하는 신음에 가까운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을 불러댔다.
아침이 가까워오자 몸에서 신진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세상에 이일처럼 다급한 게 또 있을까.
뉘라서 이 명령을 거역한단 말인가.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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