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모임을 끝내고 회원들이 카메라 앞에 모였다. 모두가 밝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작품도 보고 선후배 행복하게 어울렸다.
삶의 발자취
무상(無想)
부장리 김 정 숙
당진의 한 교회에서 만난 그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기억했다.
늦여름이 지나고 우리 집 윗마당 쥐밤나무에 밤송이들이
제법 익으려고 폼을 잡던 1975년 가을,
서울 봉천동에서 한 가족과 첫 만남이 있었다.
그때 그는 다섯 살 정도 이었고, 나는 단발머리 중학생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 해에 잠실로 사용했던 아랫방에
한 가족이 이사 와 마당을 함께 쓰면서 한 가족과 우리의 가족인연은 시작되었다.
강산이 네 번이나 지났고,
단발머리 꿈 많던 소녀는 흰머리를 감추려 염색하고
회갑을 바라보는 인생 황혼에 경상도에서 부임한 그를 찾아갔다.
나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면에서
나를 조종하는 분노의 원인이 그의 부모님과 연결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는 나의 행동을 나 스스로도 막을 수 없었다.
부모님도 그와 같은 기독교 한 종파 목회자였다.
그도 부모님과 같은 직장에서 같은 직업으로
소위 영혼구원을 한다며 자신들을 홍보했다.
몇 년 전에 천안에서 그의 체육대회에 찾아가 잠깐 대면했었고,
그 후로 전화통화를 시도했었지만 그는 피했다.
일단 부딪쳐보자는 나의 신념을 하늘이 도왔는지,
내 고향 이웃으로 그는 전근을 했다.
그는 침착하고 정중하게 나의 말에 집중했다.
‘ㄹ’ 홈쇼핑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만들어준 북카페 교회 부속건물에서
냉커피 잔을 앞에 놓고 긴 시간 이야기 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인가 경상도로 이사를 갔음에도
내가 자란 정서와 비슷한 점들이 많았고,
그는 제2 고향으로 내 고향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이루고자 하는 마을공동체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독서에도 시선의 높이가 비슷한 점에 서로 놀랐다.
‘감동이 행복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스스로 내 마음을 알아 차렸다.
희망공원 친정 부모님 납골당에 다녀오고 제2고향에서 기억하는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다섯 살 때 이사 왔던 그는 중년이었다. 그는 늦게 결혼해 다섯 살 된 아들 손잡고 마을회관에서 그의 부모님을 기억하는 어르신들께 절을 하였다.
그는 나를 당진터미널에 내려주고 8시 수요예배 준비한다며 손 흔들고 떠났다.
한사람의 진심으로 의미 있는 사유와 사과의 시선으로 문제의 핵심을 풀어내는
그의 역할으로, 앙금으로 원망감 서린 그의 부모님과
그의 직장 상사들에게 향했던 감정들이 녹아내렸다.
앞으로는 내 고향에 신선한 사랑과 감동으로 메마른 정서를
촉촉이 적셔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의 방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비는 사랑을 낳는다.’
미움과 원망도 모두 무상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어제 그와 함께 했던 오후는 나 스스로 꽁꽁 묶었던
쇠사슬로부터 해방한 광복절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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