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隨筆) - 삶과 이야기
한해의 끝자락에서
고 32회 박 세 진
상록교우 여러분, 그리고 불철주야 애쓰시는 선생님 및 학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느 덧 공허한 마음에 심장이 뛰듯 성탄의 캐럴이 울려 퍼지고
길거리의 앙상한 나뭇가지가 한해의 끝자락에 선 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줍니다.
나는 과연 올 한해 주어진 시간을 스스럼없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치 심연을 건너온 사람의 차가운 눈빛처럼 지나간 날들에 대한 깊은 회한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긴 상념의 끝에 사십 년 전의 어린 내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검은 교복에 까까머리 거수경례를 하며 중학교에 들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입니다.
세월은 다시 흘러 사십 년이 지난 지금, 그때 못한 일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입니다.
지난 4월 초등고시에 합격한 내 모습입니다.
그리고 8월 고검에 합격하였습니다.
나 자신이 정말 대견하였고, 꿈도 더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주위사람들의 질타가 들려옵니다.
“다 늙어서 배워가지고 뭐 하려고 그래? 그 시간에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낫지.”
등등 주위의 핀잔이 나를 방황케 합니다.
그리고 짐작은 했지만 어려운 공부가 나의 의지를 시험 하고 시험 하고 시험하려 합니다.
경계를 잃어버린 나의 의지가 부표처럼 떠돌아다닙니다.
과연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것일까? 어쩌면 내 욕심만 챙기는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의 자괴감에 빠져 헤매 일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나의 길에 빛을 비춰줍니다.
상록의 천사들이 종소리를 울려 나의 뇌에 가치를 깨워줍니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여기에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 상록에 있는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올해가 정말 얼마 안 남았지만 우리의 꿈과 우리의 이상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꿈이 있고 상록이 있는 한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여러분들이 알지 못한 아주 멋진 당신들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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