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수학여행 사전 답사 후기.
이름: amor
등록일: 2003-04-14 17:14
조회수: 4821 / 추천수: 739
현희입니다.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아래의 글은 저의 일기장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일부 개인적은 글은 삭제 되었습니다.)
2003.04.12 (토) 흐리다 갬
새벽에는 3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코 딩굴거리며 자는데 박용준샘이 전화를 계속하신다.
5시30분이다. 부지런도 하시지... 잠결에 네 라고 대답을 하고 계속 잠을 청했다. 왠지 계속 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또 전화가 온다. 아니 와 있었다. 경구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을 것이므로 나보다 더 늦을 것이라는 생각이 화근이었다.
6시30분이 되서야 집을 나갔고 박용준 샘의 차에 올랐다. 예상외로 경구는 벌써 나와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고속터미널에서 자연샘을 만났고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되었다.
수원에서 아침을 먹으며 2일 동안의 역사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흐린 하늘 간간히 날리는 빗방울을 헤치며 차는 광주를 향하고 있었다. 자연샘과 경구는 뒷자리에서 너무나 맛있게 자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잘까? 싶을 정도로...
서광주를 지나 동광주에서 홍경민을 만났다. 박용준샘의 노고를 들어드릴 가사였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는 르망의 시동 꺼짐과 동시에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기사는 기사라 하더라도 차가 영 미덥지 않았다. 30만원 식이다 주고 정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영 어색하다.
여수로 향했다. 구름은 흔적도 없었고 너무나 나른한 오후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경구의 고향에 도착했다. 경구의 친구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한 끼를 해결한다. 첫날 우리가 아침을 먹을 곳이다.
다시 차에 올랐고 오동도로 갔다. 입구 까지만 갔지만 상당히 기대가 되는 곳이다. 용준 샘은 방을 알아보시느라 분주하셨다. 한솥 도시락 간판을 만나 너무나 반가워하며 다음 코스인 향일암으로 간다. 생각보다는 너무 먼 거리였다. 결국 향일암은 코스에서 빠지게 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덕분에 수산 박물관이 빛을 보게네 되었는데 피라미에게 몸의 절반이 뜯긴 생선이 5월 말에도 있을지... 박물관 앞에 있는 바이킹이 너무나 타고 싶었다. 자연샘과 경구 그리고 나는 5월말에 탈 것을 기약하며 유채 꽃이 만발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와신상담(?)하였다.
이제 허겁지겁 보성으로 달려야 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가 불편하여 엉덩이가 진짜 많이 아팠다. 약간의 잠이라도 들지 못했다면 울어 버렸을 것이다. 갑자기 옆 차의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바퀴에서 무엇인가 빠져 나갔다는 것이다. 허걱!!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정말 차가 주저 않는 것은 아닐까? 30만원으로는 정비 할 수 없는 차였던 것인가? 오르막에서는 타는 냄새도 나고 엔진 소리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색이 되어 가는데 또 다른 로또 생각에 모두들 긴장까지 더 하고 있었다. 400억이라는데... 야학 건물 기금 조성으로 기부금을 받아서 로또를 하기로 모두 다짐을 하였는데 이미 시간을 지나고 있었고 마지막 휴게소에서 로또는 취급당하기 않고 있었다. 아까운 400억. 꼭 될 것 같은 분위기 였다. 상록으로써는 정말 안타까운 순간이 될 것 같다.
해 대신에 달이 떴지만 보성 차 밭은 그 향기로도 충분히 좋았다. 진짜 공기가 너무나 좋다. 기뻐할 아줌마들을 생각하니 뿌듯하다. 저녁 겸해서 녹차 수제비와 전골을 먹었는데 맛은 거의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반주로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숙소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계획을 세웠다. 맥주 수 십병(?)을 사서 노독을 푼다. 신기하게 소주도 그렇고 맥주도 그렇고 약간 싱거운 것 같았다. 도수가 낮은 것일까? 분위기도 무르익고 맥주도 바닥이 나고 해서 밖으로 나갔다. 용준샘은 애써 주무시기로 했다.
노래방을 갔다가 아쉬운 마음에 술집을 찾았는데 허걱. 이상야릇한 술집이다. 커텐이 막 쳐있는... 나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냥 머물기로 했다. 그 이상은 특별히 다른 술집과 차이가 없었다. 소주를 4병정도 마신 것 같다. 무신 이상한 게임도 했는데 내가 제일 많이 걸린 것 같았다.
정신은 가물가물 했지만 씻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샤워를 하고 곧장 잠이 들었다.
2003.04.13 (일) 맑음
새벽에 잠이 깼는데 문득 이상한 한 사람이 우리 방에서 자고 있었다. 덩치로 봐서 자연샘이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반 양원택씨가 아닌가? 허걱이었다. 양원택씨가 왜?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양원택씨는 원래 계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신기했다. 분명 양원택씨랑 비슷한 한분이 더 계셨는데... 잠결에 내가 잘 못 본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또 박용준샘이 사람을 못 깨우셔서 안달이다. 안경이 없어졌는데 신기하게 장롱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제 보다 더 힘들게 일어나 숙소를 나왔다. 무거운 머리를 들고 다시 차를 탔다. 벚꽃이 가득한 길을 따라서 송광사로 갔다.
아침 공기가 너무 좋았다. 국도라 그런지 한적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위해서 모든 차가 다니지 않기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송광사에서 먹은 산채 정식은 최강이었다. 아마 이번 수학여행 중에 가장 근사한 식단이 될 것 같다. 경구랑 경내를 둘러 볼 동안 다른 사람들은 방을 정하셨다.
다시 남원이다. 광한루를 들어가 보지는 않았고 작은 기념품을 샀다. 물론 어제 술값으로 남은 자비로 말이다.
그리고 담양이다. 다시 조각 잠을 잤다. 가사 문학관을 정문에서만 구경하고 식영정에서 사진을 꽤 찍었다. 그리고 무등산을 넘어 광주시내로 가 감자탕 집을 계약했다. 한끼를 기름끼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참고로 2년 전 수학여행에서 매번 풀 만 먹었다는 농담 섞인 성화(?^^;;)가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었다. 우리는 칼국수로 끼니를 해결하고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 홍경민을 내려주고 고속도로를 오르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차 않에 있었다. 다시 차를 돌려 전해주고 부지런히 서울로 향했다.
차가 많이 밀렸는데 차 6대가 차례로 사고가 나 있었다. 만약 그 핸드폰이 아니었다면 저 대열에 우리가 있었을 지고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떨어져 나간 바퀴의 일부분이 액댐을 했을까? 경부 고속도로에서 차가 많이 막힌다. 한참을 자던 자연샘이 일어났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죽이며 서울에 도착한다. 6시간이 걸린 샘이다.
자연샘이 집으로 먼저 가고 박용준샘을 따라 문상을 갔다가 외대 앞으로 왔다. 박용줌 샘의 마지막 한 마디... " 이차 정비 받은게 아녀. 30만원은 무신. 안심 시킬라고 했던 겨." 경구와 나는 스며오는 소름에 식을 땀까지 났다.
너무나 길어 보이는 이틀이었다. 샤워를 하고 2시쯤 뽀송뽀송 딩굴 거리려 침대로 푹 빠졌다.
힘들었지만 괜찮은 답사였다. 여수는 부산과 너무나 비슷한 경관이라 정이 많이 간다. 서울은 정말 사람이 못 살 곳 같다. 꼭 부산으로 돌아가야 겠다. 그래야 겠다. 무사히 다녀와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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