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려주는 이야기
고30회 어머님들께 1
고 30회 담임 한 민 아
안녕하세요. 저 고 30회 담임 한민아입니다.
푸른 그루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한참 고민했어요.
사서라는 직업을 살려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릴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보를 알려드릴까,
재미있는 이야기로 한바탕 웃을 수 있게 해드릴까 고민하다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어머님들께 저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드려야겠다고 결정했어요.
다들 야학에 오시게 된 이유가 있으실 거예요.
작년 2014년 대성리 신입생 엠티 때 동그랗게 켠 촛불 주위에서
상록에 오게 된 계기를 말씀하신 분들도 있으셨죠.
저는 차마 말을 꺼내질 못했어요.
제 의도가 불순해보일 것 같았어요.
부끄러운 꿈이기도 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이 국어교사였어요.
고등학교 때 사범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열패감 때문에
대학 다니는 동안 내내 방황했어요.
그렇다고 재수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 때우기로 대학 생활을 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4학년이더라고요.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동기들은 차례로 임용시험에 합격해서
교단에 섰는데 저는 임용시험에 연거푸 떨어졌어요.
이후에 도서관 쪽에 관심이 생겨서 사서자격증을 취득해서
지금의 학교에서 몇 년 간은 즐겁게 일했어요.
사서라는 직업의 매력도 국어교사 못지않다고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못 이룬 꿈이 자꾸 떠올랐어요.
학교 도서관 사서도 책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인지라
무척 보람 있는 일이지만,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국어교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자꾸 남았어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시작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상록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요.
다행히 반갑게 맞이해주신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신입교사 교육도 받을 수 있었어요.
지금도 생각나요.
처음에 야학 교단에 섰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열 명 가까이 되는 야학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모의 수업할 때였어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준비는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준비한 게 맞는지,
이해하기 쉽게 전달을 한 것인지, 반응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손이 떨리더라고요.
그렇게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 가네요.
지금도 교단에 서면 떨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더 쉽게 전달하지 못해서
후회되곤 하지만 그래도 어머님들께서 많이 웃어주시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무대공포증도 조금은 극복하게 되었고요.
겁도 없이 덜컥 담임까지 맡게 되었는데, 안무 지도도 직접 했던
진석 선생님처럼 재주가 많은 것도 아니고 책임감 강한 상록의 산 증인이신
용준 선생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야학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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