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려주는 이야기
한과 한 개가 세뱃값이던 설
중 43회 신 숙 자
설날 아침 하얗게 눈 내리면 빗자루와 넉가래로
눈을 치우고 한 마을에 살던 큰집에 제사를 모시러 간다.
우리 아버지는 삼형제 우애 좋기로 군 안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골 오일장에 십 리도 넘는 길을 항상 같이 가시곤 했다.
부엌에는 큰어머니, 우리 어머니, 작은어머니께서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하시고 차례준비에 시끌벅적 바쁘시다.
우리 사촌들끼리도 모여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도 하고 논다.
제사를 모시고 나서 세배를 올린다.
그때는 세뱃돈 대신에 한과 한 개가 세뱃값이다.
저녁에는 우리 집으로 친척들이 다 모인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큰아버지, 우리 아버지, 작은아버지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디서든지 빠진 식구를 찾아와야 한다.
다음 날 아침 작은 집으로 간다.
이렇게 온 사촌들이 다 같이 모여 노는 게 재미있었다.
그 재미가 지금도 그리워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식구들이 자꾸 늘어나
사십 명, 오십 명 되니 모이기도 힘들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하니 각자 제사 모시느라 지금은
그리운 추억으로 만 남는 그리운 명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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