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자존심과 홍콩 붉은 마천루7
5. 천 길 만 길 산허리 가로지른 태로먼협곡
11시 40분 드디어 기차도 멎고 우르르 수많은 인종들이 뭐라 뭐라 지껄이며 쏟아져 나온다.
‘역시 남의 나라 이국이구나!’ 새벽부터 달려온 길, 천하장사도 허기에는 별 수 없겠다.
탈탈탈 달려오며 허둥대느라 빈속을 채우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네자매식당>에서 느낌부터가 우리말 간판이라
된장으로 끓인 아욱국 하나는 더 상에 올린 기분이다.
그러나 막상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을 때는 아니었다. 간판만 네 자매식당이지,
마찬가지로 작달막한 대만사내들의 반갑지 않은 소스향내 풍기는 일반 대만의 식당일뿐이었다.
12시 40분 우리는 다시 버스로 옮겨 타고 태로먼협곡 안으로 구불구불 들어갔다.
연제구라는 제비 집단서식지 등을 지나면 천길만길 낭떠러지 옆
아슬아슬한 길에 노인들이 다칠까 최영욱 씨와 박남일 씨는 잊지 않고
그 분들을 안내하며 보살피고 있었다.
양곱창같은 이 협곡에 뚫느라 어려운 공사를 진행하다 생긴 이야기도 많다한다.
워낙 험악한 지형의 공사라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지원자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죄인이나 부랑자들을 동원하기도 했고, 장개석의 아들 장춘사가 앞장서
모범을 보이고 중심이 되어 이끌고자 마의 협곡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깎아지른 산의 허리를 잘라 뚫는 공사를 1956년부터 시작
191킬로미터를 완공하는 데 3년 6개월이 걸렸다 한다. 동서 연결로 산을 깎는 과정에
화강암 대리석이 많이 생산되기도 했다.
원주민인 트로크족의 마을이 있는 이곳은 석회암지역이기도 해서 구멍이 많고,
아까 보았던 특유의 회색물이 흐른다. 더불어 이 계곡의 자원이나
관광은 트로크족이 관장하며 먹고 살아간다.
또한 소수민족 중에 아미족이 있는데, 모계족으로 남녀가 결혼을 해도
각각 본가에서 따로 살며 만나고 싶을 때는 여자의 허락을 받아 여자 집으로 찾아간단다.
여자가 응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와야 하는데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안 들면
여자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
남자가 여자의 집에서 칼을 풀어 놓고 자는데 남자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치 않고 곯아떨어지면 여자는 남자가 풀어놓은 칼을 가져다 대문에 걸어둔단다.
이게 이혼통보가 되어 남자는 이날로 혼자가 되는 지역 풍습이란다.
어쩜 남녀의 대상이 다르지, 조선의 칠거지악과도 닮은 풍속이다.
차량과 사람이 한데 버물려 좁은 길을 따라 지나다보니 붉은 현수교가 나온다.
<자모교> 다리명칭 간판을 보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바탕에 황금색 글씨다.
협곡을 만드느라 죽은 이들을 한 곳에 장사지내고 사당을 세워 두고 건너다니는 다리란다.
장개석의 지시에 따라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극히 지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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