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隨筆) - 삶과 이야기
화물칸 수학여행 3
고 15회 동문 수필가
송 옥 영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선생님, 고심 끝에 궁여지책의 처방을 내리셨다.
“참을 수 있는 놈들은 견디고 정 급한 놈들만 한 구석에 가서 싸라”
저마다 더듬더듬 구석진 곳을 찾아갔다.
고약한 냄새가 차안에 진동을 하고 철판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오줌은 기차가 덜컹일 때마다 신발 사이를 흘러 다니고 있었다.
밤을 새워 달려온 기차는 아침이 되어서야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굴을 지날 때 들이마신 석탄연기로 코언저리가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전차를 타러가고 있을 때였다.
왠지 신발 밑 느낌이 찝찝해 발밑을 내려다보니 신 밑창에 그놈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냥 놔두면 눈치 없이 창경원까지 따라붙을 기세다.
난감했다. 놈을 떼어 내려고 변소에라도 갔다간 영락없이 대열에서 낙오될게 뻔하다.
자칫하면 시골촌놈 미아가 될 판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시멘트 바닥에 신발을 쓱쓱 문질렀다.
그리곤 부리나케 친구들을 따라갔다.
창경원 식물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먹던 점심, 그 날 알루미늄 도시락 안에서 밥과 장아찌가 저희끼리 만들어 놓은 비빔밥의 오묘한 맛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면 흑백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칙칙폭폭’ 달려오는 기차의 경적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다.
* 사찰이나 식물원, 아니면
서울로 올라와 창경원 구경이 수학여행이나 소풍의 인기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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