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려주는 말
초검으로 일주일 쉬고 4년 개근 졸업동문 김 길 주
매년 12월 초쯤이면 ‘곧 연락이 올 텐데!’ 하고 은근히 기다려지는 단체가 있다.
그 것은 더불어 사는 우리, 동대문 환경미화원 출신 몇 분이 모여서
본인들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생각하고 우리 상록야학을 도와오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 분들 중에는 중학교 16회 졸업생인 김길주 동문이 소속되어 있다.
그는 동대문구청 환경미화원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지금까지 근무해온 성실하고 봉사정신이 유독 남다른 분이다.
<더불어 사는 우리>가 거의 20여 년 가까이
매년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해 온 데는 바로 김길주 씨의 응원이 컸다.
그런 그가 상록야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일까?
1990년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지상의 초목을 불태우던 날이었다.
정작 어려운 집안 살림살이에서 내 자신의 공부는 포기하고 살았던 김 씨는
참으로 어려운 결심을 하고 상록야학에 찾아온 것이다.
나도 남처럼 글자를 알고 셈을 배워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아주 어릴 적의 꿈을 위해서이다.
지금의 상록이야 50세가 되거나 60세가 되어서 공부하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부지기수이지만, 당시에는 30이 훨씬 넘은 남자 가장으로
공부에 뛰어드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런 김씨는 동기 학생들에게 밥도 사주고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가 도와주고 격려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보살피며 같이 졸업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초등학교도 못 나왔기 때문에 그 시험을 보느라
1주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근을 했습니다.”
라며 본인이 초등학교를 못 나온 실력으로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느라 정말 힘들게 공부했다고 한다.
살아온 인생이 있어서, 황기연 선생님 한문은 알아듣겠는데, 영어, 수학은 깜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먹은 마음이 하루도 안 빼먹으면 모두 따라 갈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이런 신념으로 아픈 과거를 회상하며 공부를 한 그가
느낀 바는, 봉사하며 가르치는 교사들도 대단하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공부를 위해 2년, 4년 묵묵히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도 보통이 아닌 집념의 역경이다. 그분들이 어쩌면 더 존경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무료로 가르치는 야학에서 학벌을 얻은 감동으로 해서 야학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더구나 추운 교실에 기름이 없어 벌벌 떨면서 수업을 받았던 일을 떠올리고
야학에 다시는 그렇게 춥게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야 되겠다고 도울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드디어 같은 모임으로 활동하는 동료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았고,
이에 감복한 동료들이 우리 야학을 돕기 시작하여 벌써 20년 째 야학에 발길을 하고 있다.
상록야학은 이렇게 선의의 수많은 뜻들이 어울려 이루어진 단체이고
학교이니만치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교사나 학생들은 다시 한 번
‘내가 초심으로 소임을 다 하고 있는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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