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 이놈의 혈압!?
혈 압
중랑보건소 본건의 김 남 균
혈압에 대해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고혈압 진단과 치료에 어느 정도 임상경험이 없다면 의사라도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의사가 되었든, 일반인이 되었든, 알아두면 혈압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요긴한 tip 입니다.
혈압을 재면 숫자가 둘 나옵니다.
예를 들자면, '120/80'처럼. 혈압은 심장이 박동함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혈압이 120/80이라는 것은, 혈압이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 120이고, 최저치에 도달했을 때 80이라는 뜻입니다.
혈압은 오락가락 변동하므로,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지 않고, 두개의 숫자로 적습니다. 큰 숫자(위의 예에서 120)를 최고혈압 혹은 수축기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숫자(위의 예에서 80)를 최저혈압 혹은 이완기혈압이라고 부릅니다.
고혈압은 수축기혈압 및 이완기혈압 모두가 높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만 높을 수도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서 보이는 고혈압(노인고혈압)의 특징은 수축기혈압만 높은 수축기고혈압입니다. 이완기혈압은 높지 않습니다.
고혈압은 뇌졸중 혹은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므로 무섭습니다. 심근경색 및 뇌졸중을 심혈관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수축기혈압 및 이완기혈압 모두가 높은 경우보다 수축기혈압만 높은 경우에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더 높습니다. 이 사실은 일반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이유는 노인고혈압이 바로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다른 고혈압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건소에서 보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입니다. 65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즉, 노인고혈압은 대부분 수축기고혈압이므로 수축기혈압만 높습니다.
여기서 팁(tip)이 하나 나옵니다.
혈압은 150/70 하는 식으로 두개의 숫자로 표시합니다.
그런데 숫자 둘을 모두 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혼동 된다면, 큰 숫자 즉, 최고혈압 혹은, 수축기혈압만 보시면 됩니다. 혈압이 150/70 이면, 큰 숫자인 150에만 주목하시면 됩니다.
실제 보건소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혈압 숫자들을 읽어나가면서 큰 숫자인 수축기혈압만 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해도 혈압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데 크게 실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50/80 이면, 150 에만 주목합니다. 160/75 이면, 160 에만 주목합니다. 작은 숫자인 이완기혈압은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오락가락하는 혈압, 즉 '혈압의 변동'에 관한 것입니다. 혈압은 잴 때 마다 다릅니다. 5분 간격으로 재도 숫자가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오전혈압이 오후혈압과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하루 간격으로 혈압을 재도 숫자가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보통 혈압은 큰 숫자만 고려할 경우, 140 이상이면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고, 그 혈압이 140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 내 혈압이 고혈압인지 아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에 직면하는 분들이 많을까요?
네, 많습니다. 아주 많답니다.
제가 진료하다보면, 거의 매일 이런 고민에 빠진 분들과 직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홍길동이란 분이 주 5일 동안 혈압을 매일 쟀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월 150, 화 140, 수 125, 목 130, 금 145. 참고로 편의상 큰 숫자 즉, 수축기혈압만 적었습니다.
큰 숫자는 140 이상이면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월 화 금은 140 이상인데, 수, 목은 140 이 안됩니다.
그럼 홍길동 씨는 고혈압일까요 아닐까요?
답은 '아니다'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혈압은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그런데 고혈압은 아무 때나 재어 우연히 높은 게 관찰되면 고혈압일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고혈압이 아닌 사람이라도 커피 마신 후나 담배 핀 후나 운동 직후 등에는 140, 150, 160 나올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아무 때나 잰 혈압(임의 혈압)이 높은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안정시 혈압이 높은 때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홍길동 씨의 경우, 월, 화, 금의 경우 140 이상이지만 이때 혈압은 안정시 혈압이 아니라 임의혈압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수요일 및 목요일은 혈압이 125, 130 으로 140 이 안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수요일 및 목요일의 혈압이 홍길동 씨의 안정시 혈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겠죠.
따라서, 홍길동 씨의 안정시 혈압은 140 이 안 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고혈압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고혈압을 진단할 때 뿐만이 아닙니다. 고혈압을 진단 받고나서 약물치료 등을 하는 경우, 목표혈압은 혈압을 140 이 안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내가 약을 먹고 있는데, 내 혈압이 목표혈압을 달성했느냐 여부입니다. 위의 홍길동 씨가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홍길동 씨는 목표혈압 140 미만으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것인가요?
답은 '예'입니다. 목표혈압 달성여부를 판단할 때도 안정시 혈압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건소에서 수많은 고혈압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추구하는 가치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고혈압 환자를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그래서 이분들 혈압을 목표혈압이하로 조절하여 심혈관사건에 희생되는 일이 없게 하자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고혈압이 아닌 환자가 고혈압으로 둔갑이 되어 투약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입니다. 또한 조절되는 고혈압임에도 불구하고, 조절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하여 약을 증량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입니다.
혈압에 대한 개념이 불확실하면 홍길동 씨와 같은 경우 고혈압 환자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월, 화, 금 혈압에만 주목한 경우 그렇습니다.
그리고 홍길동 씨가 혈압약을 쓰고 있는 분이라면, 혈압이 목표혈압 이하로 조절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하여 (특히, 월 화 금 혈압에만 주목한 경우) 혈압약을 자꾸 올려 결국 부작용인 저혈압, 특히 기립성저혈압에 시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및 가족들 중에는 저에게 혈압약 처방을 받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병의원에서 혈압약을 처방받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는 받고 있지 않겠지만, 140근처에서 오락가락 하는 혈압을 보면서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혈압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 일단 여러 번 재어 보십시오. 혈압 재는 것은 아프지도 않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닙니다. 구청이나 보건소에 가면 혈압계 다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러 번 잰 혈압 중 가장 좋게 나온 혈압인 가장 낮게 나온 혈압 '근처'에 자신의 안정시 혈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판단하면 오락가락하는 중구난방의 혈압들 속에 '혼란'은 사라지고, 하나의 '질서(혹은 정답)'가 보이는 것을 경험하실 겁니다.
제 글을 읽고 나서 여러분의 혈압들을 다시 한 번 평가해보십시오.
변동 하는 혈압 뒤에 숨은 진실, 숨은 질서, 숨은 정답이 어렵지 않게 그 모습을 들어 낼 것입니다.
한 가지 질문으로 글을 매듭짓겠습니다.
당신이 앞에 두고 고민하는 그 혈압은 안정시 혈압 맞습니까? 안정시 혈압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근심걱정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자료 : 중랑구 보건의 김남균 의사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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