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려주는 이야기
담배농사 고추농사 소녀 1
중 42회 조 위 선
저무는 해 뒤에 따르고, 찬란한 무술년 새해 희망미소 짓는 학우님!
안녕하세요?
중 42회 반장 조위선입니다.
저는 강원도 촌구석에서 5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어요.
농사를 천직으로 받들던 부모님과 둘러봐도 논은 없고
사방 산으로만 둘러싸인 곳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야산을 개간해서 고추농사와 담배농사를 하였지요.
그리고 낮에는 잎을 따고, 저녁에는 잎을 엮는 작업,
담뱃진 끈적끈적한 담배농사로 밤낮을 일했고요.
어땠겠어요?
일손이 부족하니 맏딸인 저는 학교는 거의 빠지고
일손을 돕거나 동생들을 도맡아 돌봐야 했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또래들을 뒤로하고 저는 동생 넷의
엄마가 되어 손발 성할 시간이 없이 뒤치다꺼리 하며
업어서 다 키웠지요!
고추농사가 의외로 잘되는 바람에 저의 일은 더 많아졌고요.
하지만 그 바람에 돈을 조금 모으신 아버진
올망졸망한 가족들을 이끌고 낯선 서울로 올라왔지요.
그때 공부를 하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밑으로 줄줄 돈 들어갈 동생들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래서 양보하고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책임 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던 맏딸이었으니까요.
늘 마음에 앙금처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에 멍울로 남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업을 갈구하던 마음에 이끌려
상록야학으로 제 몸이 떠밀려 왔네요,
그 서럽던 못 배운 한은 저를 평생 놓아주지 않았어요.
세월이 흐르며 동생들이 다 잘 자라서 모두
제 갈 길로 가서 살게 될수록 저를 공부하라고
떠밀었던 것은 제 마음이에요,
제 마음이 저를 떠밀었던 게지요.
- 계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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