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발자취
농사일의 행복
고 34회 송 한 숙
1987년 봄, 입암면 가리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 따라 시댁에서 농사일을 해내게 되었다.
힘든 일이지만 어른들 따라 바쁘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어 열심이던 신혼기였다.
지금도 아련하지만 또렷이 떠오르는 농촌살이의 정경이 정겹다.
들판에 푸름이 시작되던 4월 5일 식목일,
기계못자리를 하는 시기이다.
볍씨를 물에 불려 싹을 틔워 놓고,
모판에 흙을 담고 그 위에 볍씨를 뿌린다.
하루 종일 꼬박 흙 담고 볍씨를 한 뒤 상자를 차곡차곡 쌓아둔다.
다음 날 못자리 논에 모판을 만들고 줄을 맞추어 상자를 진열한다.
기온차가 심해서 추운 밤에 얼지 않도록 대나무를 꽂아 놓고,
그 위에 비닐을 씌운다.
볍씨가 나고 자라면 공기구멍을 내주어 벼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고,
공기도 잘 통하도록 해주고 한 달이 지나면 모내기를 할 수 있다.
논에 물 잡아 놓고 경운기로 로터리를 친다.
로터리 치고 흙이 가라앉으면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는 기계로 한다.
모내기가 끝나면 일손을 모아 누에를 친다.
누에는 알에서 깨어나면 아주 작은 애벌레이다.
애벌레 아기누에는 뽕을 아주 잘게 썰어 주면 스스로 먹기 시작한다.
4일을 똥을 갈아주고 뽕을 주면 애벌레는 일정시간 먹고 잠을 잔다.
자고 나면 1센티가 자란다.
허물을 벗고 나서인지 힘이 없다.
뽕을 주면 누에는 순식간에 뽕을 먹어버린다.
뽕 따기가 바빠진다.
하루에 네 번 뽕잎을 주어야 한다.
언덕 밑 개울가에 있는 밭에 뽕나무가 있다.
뽕을 따서 개울 건너 언덕을 넘어 올라서야 집으로 오는 길이다.
하루에 두 번 뽕을 따러 간다.
무더운 날씨에 뽕을 따는 건 너무 힘들었지만
누에 키우는 일은 재미있고 신기했다.
서서히 누에가 두 잠을 잔다. 자고 나면 삼 센티가 자라고 또 허물을 벗는다.
이때 기다랗기만 하지 힘은 없다.
뽕잎을 주면 입으로 갈가 먹는다.
뽕잎을 먹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똥을 갈아주고 채반의 개수가 점점 늘어난다.
누에가 자라는 모습이 애벌레들 중에 큰 애벌레들 같다.
드디어 석 잠을 잔다.
누에는 머리를 위로 하고 잔다.
누에는 높게 위를 보아야 건강하다고 한다.
석 잠을 자고 나면 뽕잎을 통째로 먹기 시작한다.
허물을 벗고 나서인지 누에의 뽕잎 먹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사사사’ 가을비 쏟아지는 소리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운다.
뽕잎 따기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4일 동안을 먹고 똥도 갈아주고
뽕도 따주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넉 잠을 준비하느라 허물을 벗고 나면 누에는 마지막 잠을 잔다.
넉 잠에서 허물 벗은 누에는 아주 큰 애벌레이다.
이때 누에가 뽕을 먹는 소리는 ‘후두둑 후두둑’ 꼭 소낙비 오는 소리와 같다.
누에는 마침내 7센티가 되게 자란다.
이때는 누에가 무섭게 먹는다.
뽕잎을 갈가 먹는 게 아주 날카롭다.
누에는 뽕잎 먹고 똥을 다 싸면 애벌레 입에서 실이 나오기 시작한다.
실이 나오는 누에를 골라 집을 지을 수 있게 집 구조물을 마련해 준다.
적당한 장소를 잡은 누에는 입으로 실을 내어 그 줄로부터 시작하여 집을 짓는다.
집을 다 짓고 일주일 지나면 누에고치가 된다.
고치를 따서 농협에 판매 한다.
누에는 일 년에 두 번 치게 된다.
6월과 8월이다.
농촌에서 누에를 치는 것은 하나의 경작으로 큰 소득원이었다.
힘들었지만 어렵게 일해서 그나마 한철,
목돈을 만져보는 재미에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아냈던 것 같다.
행복한 농촌의 일상이었다. ☆
▷ 조촐한 우리 반 고 34회 가족들, 서로가 이해하고 언니
동생 위하며 손잡으니 인원수는 적지만 다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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