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마당
예순의 단상(斷想) 3
대표 박 용 준
하지만, 요즘은 그곳을 지나더라도 눈길은 주고 싶지 않다.
그렇게 웅장하게 보이던 방앗간도, 마을입구 한가하게 차지한
주막집 마당에서 윷을 던지던 모습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개울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자동차들이 연해서 소음과 매연을 뿌리며 윙윙 짖어댄다.
미루나무대신에 고속도로 전신주들이 우뚝우뚝 솟아 서로 줄을 잡고 열을 지어 지나간다.
푸른 물 넘실대던 개울이 검게 썩어 부유물과 흐르며,
맨발로 들어가 헤집고 일하던 논배미에는 깨진 유리, 비닐조각들이 넘쳐나
여기저기 험해서 지금은 장화 없이는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다.
고작 오륙십 년 흐름 속 너무도 어마 무시한 변화에 내
마음 안에만 옛날의 푸름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따라가는 세월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 시대에 회자되는 말,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고
하는 말을 떠올리다가도 순간순간 그것을 잊어버리고 세상에다 대고 분노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금이 그렇다. 생각하면 대가리 잘려나간
무 도막 같이 실속이 없고 존재감을 찾지 못하겠다.
젊어 살아오면서는 내 몸 하나 건강하니 물색없이 몸을 아낄 줄 몰랐다.
건강이 평생 그대로일 줄 알았다.
몸으로 부대낄 일이라면 서슴없이 앞장서서 앞뒤 가리지 않았다.
언젠가 노인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데, 가족들은 그 자릴 피했다.
노인이 가족은 돌보지 않고, 자신을 위해 먹고, 쓰고 간다는 미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인은 평소 보약을 많이 먹어왔던 터라
금방 죽지도 못하고 숨이 턱에 다 3분, 또는 5분간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기를 수시로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 힘든 모습을 지키고 돌보면서 내가 죽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가족들도 지키지 않는 죽음의 길을 내가라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남의 일을 그대로 넘기지 못하는 오지랖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고 주검을 앞에 두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내 몸 고생, 손발 고생을 사서 한 경우가 많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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