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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운 아버지 - 송기숙(1197)
이름: 박용준

등록일: 2018-11-21 08:56
조회수: 1032 / 추천수: 289

▷ 사색(思索)의 울타리

                            그리운 아버지

                                          고 32회   송 기 숙

내 아버지는 산골의 가난한 농부였다.
대를 이어온 가난 때문에 아버지는 공부를 못하셨고,
삶에 불만이 많으셨다.

그 환경을 불만으로 술로 달랬고,
그렇게 사시다가 술중독이 되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난 들로 산으로
아버지를 따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소를 끌고 풀을 먹이기도 하고 보리도 베고 밭도 맸다.
학교 가는 날보다 아버지에게 불려가는 날이 더 많았고,
그럴 때면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웠고, 미웠다.

학교 선생님은 집에 까지 찾아와 기숙이는
공부를 잘 하니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애원을 했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셨다.

그 뿐만 아니라 저녁이면 술주정으로
가족을 괴롭히고 밤을 지샐 때가 허다했다.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일찍 결혼을 해서 아버지에게서 해방이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내게 생각하기도 싫은 존재였다.
봄이면 꼭 전화가 온다. 산에 나물이 많이 났으니
나물 뜯으러 오라고, 보고 싶다고 아버지의 표현이다.

내려가 보면 이런저런 나물을 뜯어놓고
소주 사왔냐고 호통 치신다.
그것이 사랑표현이시다.

가을이 되면 또 전화 하신다.
호두와 밤이 많이 열렸으니 따러 오라고,
또 보고 싶다고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이다.

또 소주를 사들고 방문한다.
좋아서라기보다 의무감이었던 것 같다.
75세의 나이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지금은 그날이 그리워진다.

처음에 잘 돌아가셨다고 후련해하기도 했다.

그 이듬해 봄이 되자 나물 뜯으러 오라는
아버지의 전화가 귓가에 들릴 듯 눈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함을 느낀다.

살아계실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사랑보다
의무감으로 살았던 날들이 아프다.

오늘은 어버이 날, 보고 싶고 그립다.

내 아버지 사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버지의 냄새가 내 기억에 가득 차오른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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