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마당
예순의 단상(斷想) 4
- 박 용 준
그리고 이익도 따져 헤아릴 줄을 몰랐다.
사람들은 빚을 얻어 집을 사고 그 차액으로 다시 재투자하고 하는 사이,
나는 현금을 가지고 집을 사고자 했다.
어릴 적 장리쌀이나 고리채를 얻어 쓰고 가을이면
일 년 지은 벼 보리 수확물을 모두 지주에게 넘겨주는 아픔을 오랜 세월 보고 자라서이다.
그래서 빚지지 않고 집사겠다고 매번 적금 붓고 곗돈 타서 셈해보면
그때마다 집값에서 늘 그만큼 부족했다.
20년을 빚 없이 현금만으로 사겠다고 저축한 돈만을 셈하며
집값상승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결국 내가 살던 서울을 포기하고
오십 다 되어서 의정부 작은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동안 아내가 늘 하는 말, “내가 책임질 테니,
내가 하자는 대로 저지르면 된다.”라는 말을 무시하면서 견딘 결과였다.
아내는 교회에 적극적이었다.
결혼해서 내내 나를 인도하려고 권하곤 했다.
아내와 종교를 같이하는 주변 사람들도 만나는 대로 나를 설득했다.
그러나 나는 고집대로 내가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40년을 아내의 권유와 만나는 사람들이 전하는 5분, 10분 설득에도 꺾지 않았다.
열네 번 이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떠나지 않고 교회주변에 뱅뱅 돌며 살았다.
신자들이 찾아와 집에서 모임 하는 때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이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내 고집대로 타협 없이 부대끼며 살다보니 어느 새 늙음을 맞았다.
그동안은 아내의 말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지내온지라 서먹하다.
앞으로 늘그막에 누구와 손잡고 지내야하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미리 아내를 따라가는 연습이나 해볼 걸!
은근히 후회되는 것은 내가 늙은 것일까?
그래서 요즘은 자주 아내 쪽으로 얼굴을 대하고 꼬리를 홰홰 친다.
고향에 산소도 있고, 어머님 계신 곳에 내려가기는 가야 할 텐데,
혼자 내려가서는 밭고랑에 나가 나 혼자 비닐을 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내 아내와 같이 백지장을 잡아야겠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해낸 게 고향집 근처 작은 교회가 있는 걸 떠올린 일이다.
그래서 부부가 내려가 일하면서 일요일에는 같이
그곳에서 예배를 들이겠다고 했다.
아내는 자신이 40년 설득해도 안 되던 일인데,
오히려 이번엔 내 입으로 따르겠다 말을 하니 구미가 당기기는 하는 것 같은데,
서울에 있는 지인들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아내를 좀 더 설득해서 귀향해야겠다.
지금이라도 함께 손 맞잡을 기회가 된다는 게 다소 위안이다.
인제 이웃에게 까칠하지 말고, 너그럽게 응해주며,
궂은일이라면 같이 손잡고 더불어 함께 하도록 섞이며 살아야겠다.
내 꼰대나이 예순이 되고 보니,
굳이 고집에 새끼줄을 감을 것도 아니고,
묵은 취미 감춰둘 게 아니라 드러내어 햇볕에 고소하게 말려 나누어볼 일이다. ☆
▷ 최옥금 부대표님의 목소리 아릿한 작품낭송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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