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장 정 화
8월 2일. 새벽 5시 부스스 눈을 비비며 잠을 깨고 일어난다.
오늘은 여름휴가, 기분이 좋다.
작은 오빠가 어제 전화를 해서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라고 성화를 했다.
고향 충주에 빨리 와서 만나자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언제나 우리 5남매가 만나는 날이면 서로가 들떠서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하니 말이다.
지금은 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언니네 조카들 삼남매와 우리 4남매, 올케언니들, 조카사위, 조카며느리, 손주들과 모인다.
아침 6시. 드디어 출발이다.
차 안에서 먹을 간식들을 챙겨 자동차로 가서 차 창문을 열어놓고 출발한다.
직장을 다니며 때늦은 공부를 한다고 상록야학에 공부하면서 좀처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예전엔 집집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모여 얼굴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자주 못 만나고 어렵게 시간을 여름휴가에 맞추었다.
우리 남편은 기분이 좀 들뜬 것 같다.
아이들 어릴 때는 처갓집을 한 달에 두 번씩 갔었는데 모두들 모인다니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느 새 호법을 지나고 이천을 지나니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간식도 먹고 음악도 듣고 거의 도착지점인 충주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잔하고 기지개를 켜며 양팔을 들고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휴대폰 벨이 울린다.
“고모, 이모 언제 도착하세요?”
하며 휴대폰 넘어서 들려오는 조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정겹다.
“충주 휴게소야! 거의 다 와가.”
하며 출발이다.
조카들과 작은오빠네 가족은 어제 도착했단다.
나는 야학 끝나고 가기가 늦어 오늘 간다.
잠시 후, 도착! 현관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니 90세가 넘으신 아버지께서 반기신다.
“우리 막내딸, 안아보자.”
하시며 맞아주시고, 조카들도 껴안고 작은올케언니도 껴안고 때 아닌 이산가족 상봉이다.
오랜만에 남매들과 조카들이 만나 즐겁다.
다음 날, 제천 가는 방향으로 달려 얼마를 가니 백운계곡이다.
좀 더 상류 쪽으로 오르다보니 도로가에 민박집이 즐비하게 서 있다.
백운계곡의 경치가 참으로 멋지다.
태풍주의보로 날씨가 흐려 더 운치가 있고, 녹색의 푸르름이 눈에 보이고,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다.
조금 지나자 해가 나오고, 짐들을 풀고 계곡으로 좋은 자리를 찾아 돗자리를 깔고 모두들 물놀이를 하는데 어른들이 더 신난다.
어릴 적 냇가에서 ‘하하 호호’계곡물에 수박과 참외를 담가놓고 둘러 앉아 다들 어릴 때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작은 오빠가 개구쟁이 여서 이야기꺼리가 제일 많다.
외삼촌댁 수박밭에서 수박서리, 옥수수서리, 아버지가 키우던 닭서리까지, 어릴 때 7살이던가? 겨울 안방 웃목에 고구마 퉁가리 해놓고 언니 오빠들과 화롯불에 고구마 구워먹고 있었다.
그런데 구석에서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나 소리를 지르면서 혼비백산해서 오빠의 좌상 책상으로 뛰어 올라가 피신하였다.
언니, 오빠가 생쥐를 잡겠다고 쫓으니 생쥐가 나 있는 쪽으로 뛰어올라 얼마나 소리를 지르며 울었던지!
밤 꿈속에서 생쥐에게 쫓겨 다니면서 무서웠던 기억, 조카들과 재미있다고 박수치며 깔깔 거린다.
어느 새 배꼽시계들이 꼬르륵 거린다.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 구워서 소주 한잔, 맥주 한잔 건배하며 추억들을 쌓아간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태풍이 올 거라고 했던 텔레비전 기상예보가 떠올랐다.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비 많이 오면 어떡하지?”
모두들 걱정한다.
그때 남편이 차에서 우산을 몇 개 꺼내더니 하나씩 손에 쥐어준다.
‘여름휴가 피서 와서 우산 받치고 삼겹살 구워 먹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웃겨죽겠다고 깔깔 거리며 한바탕 웃는다.
다시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남자들은 술을 먹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물놀이를 했다.
계곡물이 무척 차가웠지만 시원하고 재미있다.
물놀이를 하다 출출해져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야외에 나와서 먹는 라면이 왜 이렇게 맛있냐며 즐겼다.
이어서 모두 같이 놀 수 있는 윷놀이를 했다.
4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하니 앞서가는 말이 계속 잡힌다.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도 해서 다들 승부욕에 넘친다.
상대편에게 백도를 외치는 바람에 계곡은 몸살을 앓는다.
그때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후두둑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순식간에 계곡물이 불어난다.
남편이 소리친다.
“비상, 비상! 여러분들 철수.”
그 소리에 다들 짐을 옮겨 차에 싣느라 바쁘다.
차가 달린다.
빗방울이 차창을 세차게 두드린다.
다들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입을 모은다.
운전하는 남편과 나만 빼고 모두들 졸고 있다.
행복한 한때, 즐거운 여름휴가로 추억을 쌓았다.
먼 훗날 모두들 모여 오늘의 추억들을 얘기할 때가 오겠지.
여름휴가도 참 잘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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